윤완준 정치부 기자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이런 미묘한 외교 현실을 모를 리 없다. 그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외교력을 기울여야 하는 국가별 우선순위와 그 이유’에 대한 국회의 질의를 받았다. 윤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미국은 최우선 외교파트너, 중국은 미국 다음”이라고 밝혔다. 일본과 러시아는 중국보다 나중에 서술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러시아의 서열을 매긴 셈이 됐다.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다.
개인에게도 ‘친한 친구 서열을 매겨보라’는 질문은 무례하다. ‘너는 나의 두 번째 친한 친구’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 따라서 국회의 ‘국가별 우선순위’ 질문은 ‘우문(愚問)’이었다. 이에 외교 경험 많은 윤 후보자는 ‘현답(賢答)’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그 역시 질문에 말려든 ‘우답(愚答)’을 내놓고 말았다.
윤 후보자가 총지휘한 박근혜 정부 외교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관계의 조화와 발전 및 한일관계 안정화’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 6자회담의 대안으로 추진하는 한미중 전략대화의 성사를 위해서라도 미중 사이의 균형정책이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의 성패는 중국과 일본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윤 후보자는 28일 청문회에서 “외교에 랭킹을 매기는 건 적절하지 않다. 취지에 맞지 않게 답변 자료가 작성됐다”고 해명하며 진땀을 흘렸다. 윤 후보자는 여당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의 지적을 가슴 깊이 새기길 바란다.
“외교부 수장의 한마디는 대통령의 한마디다. 국가별 우선순위는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였다.”
윤완준 정치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