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獨 라피드아이 위성의 북한 영상 291장 분석해 보니
2010년 기준 우리나라와 북한의 논 면적이다. 북한 전체 논 면적은 남한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이 중 66%는 황해남도와 평안남북도 등 서부지역에 밀집해 있다. 2009년 이후 북한의 논 면적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바로 ‘우주에 떠 있는 눈’ 인공위성 덕분이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위성이 쓰이는데, 특히 농업 분야에서 위성 활용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광고 로드중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는 최근 독일의 라피드아이 위성이 촬영한 북한 영상 291장을 분석해 북한 전체의 논 면적과 위치를 파악했다. 아리랑 2호가 촬영한 북한 전역 정보도 활용됐다. 이를 통해 얻은 자료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추정한 북한 전체의 논 면적(5710km²)과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위성영상을 통해 본 논은 5월 하순∼6월 중순에는 물이 있어 어둡게 나타나고, 7∼8월에 푸르게 변하며, 추수가 끝난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회색빛을 띤다. 홍석영 농진청 연구관은 “북한처럼 접근이 힘들고 농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지역도 위성영상을 판독하면 농경지 면적을 쉽게 산출할 수 있다”며 “면적은 물론이고 논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만큼 북한의 농경지 이용 변화와 쌀 생산량 추정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영상과 기상정보를 활용한 쌀 생산량 추정 모형은 국내에서도 이미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농진청은 기상정보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모디스 위성영상을 활용해 2000∼2012년 우리나라 쌀 수확량을 추정한 바 있다. 모디스 위성은 한반도를 매일 한 번씩 촬영하며 작물 생육에 대한 식생지수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벼가 성숙하는 8월 말∼9월 말 일조량을 넣으면 쌀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 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지난해 쌀 수확량은 단위 면적(1000m²)당 482kg으로, 통계청이 최종 발표한 473kg과 큰 차이가 없다. 2010년과 2011년 쌀 수량 예측도 통계청 자료와 10kg 내외의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이처럼 위성영상을 활용하면 실측하는 것보다 인력과 시간,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광고 로드중
평양 순안공항 인근의 논. 동아일보DB
홍 연구관은 “위성영상을 분석하면 작물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품질 관측도 가능하다”며 “주기적으로 촬영해 생육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쌀 이외에 다른 작물의 생산량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예측된 생산량은 작물수급 조절이나 가격예측, 농업정책 수립 등에 활용한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곡물회사들은 위성자료로 곡물생산량을 예측하고, 이를 근거로 곡물을 미리 사고파는 선물(先物)시장 투자까지 결정한다. 결국 위성영상 속 농업정보가 전 세계 곡물가격은 물론이고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덕배 농진청 토양비료과장은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낮아 해외에서 곡물을 사들여야 하는 형편”이라며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면서 식량자주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고 로드중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