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의 뉴리더 서은길 ‘길 옴므’ 디자이너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길 옴므’의 서은길 디자이너는 최근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보다 대중적인 새브랜드 ‘gil by 서은길’ 론칭을 준비 중이다. 그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많은 이들이 편하고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제공
톱스타들이 즐겨 찾는 스타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길 옴므 매장을 찾아가봤다.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숍이 채 문을 열지 않아 거리가 한산했지만 이곳은 오픈 준비로 분주했다. 서 디자이너는 “촬영 일정이 빡빡한 연예인들이 주로 매장을 찾기 때문에 오전 9∼10시에 문을 열고 준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매장에 걸린 옷들은 ‘컬러를 잘 쓰는 디자이너’란 명성대로 남성복임에도 다채로운 컬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 중엔 누구나 알 만한 사람도 많다. 그는 “소지섭 씨는 공식행사 외에도 개인적으로 입을 옷을 자주 맞추고 간다. 남성복만 팔지만 중성적인 느낌을 살린 옷이 많아서 그런지 이승연 씨 등 빅사이즈 스타일을 찾는 여자 연예인들도 자주 들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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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을 만들 때도 바지 등 일부 아이템을 직접 입어보면서 착용감을 확인했던 그는 남성복을 만들며 훨씬 더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남성복은 직접 피팅해볼 수도 있고 불편할 경우 쉽게 수정할 수도 있지요. 아무런 구애 없이 좀더 자유롭게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제 브랜드를 론칭할 때 남성복으로 특화했습니다.”
홈쇼핑서 곧 본격 마케팅
하지만 그의 의상은 주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비싼 값에 판매돼 왔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하기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줄곧 ‘내가 만든 옷을 많은 이가 입고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던 그는 이런 이유에서 3월 2일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새 브랜드인 ‘gil by 서은길’의 첫 선을 보인다. 홈쇼핑에서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주요 소비층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여성복 비중도 절반 정도는 가져갈 예정이다.
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기존의 길 옴므와는 차별화했다”며 “조금 더 톤 다운된 옷, 인체에 거슬리지 않는 편안함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한 가격이란 그냥 싼 게 아니라 좋은 소재와 질을 유지하면서도 마진을 줄인 것”이라며 “가죽 제품도 합리적인 40만 원대로 가격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저가 이미지가 강한 기존 홈쇼핑 제품과 비교하면 아직도 비싼 편이지만 그는 “소비자들의 수준이 이미 많이 높아졌다”며 “유니크함이 없는 밋밋한 제품으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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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을 통해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디자이너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좀더 많은 사람이 제 옷을 입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표정을 가진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