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에 열린 KBS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 서서히 예열이 되고 나자 앙상블의 응집력을 보여주었다. KBS교향악단 제공
첫 곡인 드보르자크 피아노 협주곡 도입부에서 관현악 총주의 앙상블은 헐거웠다. 몸이 덜 풀린 듯했다. 스바로프스키의 시선이 피아니스트와 단원 사이를 부지런히 오갔다. 총주가 크고 단단해지면서 점차 사운드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2악장의 서정적인 악구에서 종소리처럼 울리는 피아노음은 탐미적이었다. 3악장에서는 리드미컬하면서 부드럽게 이어진 양손의 기교가 돋보였으며 앙상블의 응집력도 증가했다. 스바로프스키는 호른과 목관악기 주자들을 일으켜 세웠다. 피아노가 관현악의 일부에 가까운 드보르자크 협주곡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 시몬은 쇼팽 녹턴 Op.48-1과 스케르초 1번 Op.20을 앙코르로 연주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2부에는 스메타나 ‘나의 조국’ 중 네 곡이 연주됐다. 두 대의 하프 연주로 시작된 ‘비셰흐라트’의 도입부는 앙상블이 산만했다. 현악이 가세하고 나서 안정감을 찾은 음악은 거대한 스케일로 부풀어 올랐다. 큰 동작에 힘과 절도가 돋보인 스바로프스키의 볼 살이 떨렸다. 곡은 점차 단단한 응집력을 갖추어갔고 막판의 셈여림 조절도 효과적이었다.
광고 로드중
불이 들어온 객석에서 일어서며 예열이 끝난 차의 시동을 도로 끈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모는 차는 시간이 지나야 길이 든다. 한때 잘나가던 명차를 닮은 악단을 승차감 좋게 길들여줄 드라이버는 과연 누가 될까.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