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내 개봉 ‘스토커’ 박찬욱 감독&주연 미아 바시코프스카
박찬욱 감독(50)도 처음은 힘들고 긴장되나 보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받았다.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박쥐’로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은 흔치 않은 감독이다. 그가 이번에는 할리우드로 진출해 ‘스토커’(28일 국내 개봉)를 연출하는 도전을 선택했다.
박 감독은 21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주연배우 미아 바시코프스카(24)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를 소개했다. “낯선 땅에 가서 외로웠고, 한국 음식 못 먹어 어려움이 많았어요. 영화가 만들어져 조국에서 회견을 하니 감개무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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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8세 생일날 사고로 아빠를 잃은 소녀 인디아 스토커(바시코프스카)의 성장담을 담았다. 아빠 장례식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슈 구드)가 찾아온다.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과 인디아는 모두 젊고 다정한 찰리에게 호감을 느낀다. 찰리의 등장 이후 스토커 가문에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진다.
영화는 미국 남부 내슈빌의 대저택에서 촬영했다. 1920년대에 지어진 저택은 스토커 가문의 묘한 분위기를 담아내기 안성맞춤이었다. “현장이 너무 바빴어요. 한국에서 찍었다면 촬영 횟수가 두 배는 돼야 가능했을 거예요. 마지막 순간까지, 초 단위로 진땀 빼며 찍었어요.”
좋은 배우들과 일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배우가 많지만 미아와 니콜은 없잖아요. 극 중 피아노곡 작곡가(필립 글래스)와 전체 영화음악을 만든 작곡가(클린트 맨셀)는 내가 존경하던 분이죠. 이런 분들과 함께해 행복했어요.” 맨셀은 ‘블랙스완’ ‘파이’ 등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영화에는 인디아가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하는 과정의 욕망과 두려움이 잘 드러난다. 바시코프스카는 작품의 키(key)다. “‘나 연기 잘하죠’라고 내세우지 않는 배우죠. 젊고 욕심 많은 배우들이 매 순간 가진 걸 다 발휘하고 싶어 하는데, 미아는 기다릴 줄 알아요. 절제된 연기를 하며 관객과의 게임에서 우위에 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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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는 최종 편집권이 메이저 스튜디오에 있다. 작품에 감독의 색깔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스토커’는 화려한 색감의 잔상이 오래 남는, ‘박찬욱 스타일’ 그대로다. 그와 단짝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촬영이 바빠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표현하고 싶은 걸) 놓치지는 않았더군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