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회현 제2시범아파트… 1970년 모습 간직 폐가 방불, 스릴러-공포영화 촬영지 각광
1970년 준공된 남산 회현 제2시범아파트. 당시엔 첨단 아파트였지만 지금은 우울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됐다. 이 때문에 스릴러영화나 공포영화에서 범죄 현장 등의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동아일보DB
살인사건이 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소름’의 한 장면. ‘소름’ 스틸컷
이 아파트는 남산 자락에 있는 회현 제2시범아파트다. 보통 회현 시민아파트로 불린다. 회현 시민아파트는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1968년부터 3년간 서울 시내에 건설한 총 434개동의 ‘시민아파트’ 중 하나였다. 197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중앙난방을 채택하고 당시로서는 고층인 10층이어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가수 윤수일, 은방울자매 등 당대 유명인들이 거주한 아파트로도 유명했다.
옛 명성을 잃었지만 19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덕에 음울한 분위기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담아야 하는 스릴러 및 공포 영화 촬영의 메카라는 새로운 명성을 얻었다. 영화 제작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 협소하나마 주차 공간이 있고 서울 중심에 있다는 탁월한 촬영 조건 덕분에 더욱 인기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말만 잘하면 30만 원가량 내고 한 집을 하루 종일 빌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범죄 현장으로 자주 등장하는 탓에 주민들을 설득하는 난관을 거쳐야 한다.
1969년 준공된 성북구의 정릉 스카이아파트도 스릴러 영화 촬영의 메카로 손꼽힌다. 이곳에서 ‘세븐데이즈’(2007년), ‘백야행’(2009년), ‘빈집’(2004년) 등 많은 영화가 촬영됐다. 이 아파트 역시 2006년 가장 위험한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이후 100여 가구에 달했던 입주민들이 떠나고 25가구만이 남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요즘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 돼 영화 관계자와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