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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보지마, 모듈러 주택!

입력 | 2013-02-15 03:00:00

공장서 80% 사전 제작… 철골구조로 튼튼
단독주택 수요 늘며 ‘저렴한 건축비’ 인기




포스코A&C가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건립한 모듈러주택 ‘뮤토’. 포스코A&C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고 뒤편 주택가에는 오래된 아파트와 주택 사이에 큐브 18개를 엇갈려 쌓은 듯한 미래형 건물 ‘뮤토’가 있다. 포스코 외국인 직원 기숙사인 이 건물은 각각의 큐브를 공장에서 찍어내 건물에 끼워 넣은 조립식(모듈러) 주택이다.

뮤토를 찾은 13일은 아침·저녁 기온이 영하를 밑돌았다.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서니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았는데도 이중창 덕분에 집 전체에 온기가 감돌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고르 드체비안 씨는 “조리대에 냉장고, 세탁기까지 갖춰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 주택과 뭐가 다른 거지?’

뮤토는 원룸식 방 18개가 복도로 연결돼 있다. 기초공사를 해놓은 건물에 공장에서 제작한 방과 복도를 운송해 3일 만에 조립하는 동영상을 보고 나니 비로소 이곳이 조립식 주택이라는 점이 실감났다.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아파트 불패신화’가 무너진 만큼 틀에 박힌 아파트에서 벗어나려는 개인들의 욕망이 한몫했다. 이런 욕구에 부합하는 게 조립식 주택. 비교적 싼값으로 단기에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바닥과 벽, 전기 배선, 온돌, 현관문, 욕실 등 전체 공정 중 80%가량을 제작해 현장에서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설치한다. 조립식 주택은 일부에서 컨테이너 박스형 주택으로 오해를 사지만 사실 철골 구조의 제대로 된 건물이다. 특히 최근에는 뛰어난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웬만한 고급 주택 못지않게 진화하고 있다. 일본에선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한국도 여러 건설사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공사기간이 짧다는 점. 뮤토의 경우 주차장 용지를 임차해 기초공사를 시작한 뒤 번듯한 기숙사가 들어서기까지 걸린 기간은 달랑 45일. 같은 규모의 일반 주택은 3∼6개월이 걸린다. 공사기간이 단축되니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이 줄어든다. 건축비도 상대적으로 싼 편. 모듈러 주택 건축비는 현재 3.3m²당 430만 원 선으로 일반적인 도시형생활주택과 펜션에 비해 건축비가 10∼20% 정도 낮다. 또 모듈을 분리하면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수요가 늘자 건설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해외 수출에 집중했던 포스코A&C는 국내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삼성물산도 시장 진입을 검토하며 사업성을 따져 보고 있다.

미사와홈, 세키스이하임처럼 수십 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일본 업체들도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가격이 3.3m²당 700만 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일본 현지 공장에서 모든 자재를 제작해 들여오기 때문이다. 세키스이하임의 한국 파트너사 ES하임 임혁 이사는 “일본에서는 조립식 주택이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고급주택”이라며 “내진 설계, 단열의 우수성 등 일본 업체만의 장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과제는 ‘조립식 주택은 싸구려’라는 편견.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도심의 좁은 땅에도 소음 문제 없이 쉽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개인주택보다는 기숙사, 임대주택처럼 빠르게 지어야 하는 공공시설에서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