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6일 만에 24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베를린’(위 큰사진)은 남북한의 첩보전 속에 휴머니즘을 녹여내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분단 현실 속 남북한 이야기로 흥행에 성공한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의형제’ ‘웰컴 투 동막골’.(아래 작은 사진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외유내강·강제규 필름·필름있수다·명필름·다세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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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공작원의 눈으로 본 내부 모습…관객들 호기심 자극
북한 사회 현실 사실적으로 그려
휴머니즘에 초점 맞춰 공감 유도
코미디 장르는 北 비추는데 한계
저예산 영화도 대중 지지 못받아
가슴 아픈 ‘현실’은 때론 매력적인 영화의 ‘소재’가 되곤 한다. 분단 상황 속 남북 이야기가 극장가 ‘흥행불패’로 다시 인정받고 있다. 초반부터 흥행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는 ‘베를린’으로 일어난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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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이야기…호기심·인간애·공감 3박자
‘베를린’의 화자는 북한 공작원 하정우다. 그의 눈으로 보는 북한 내부의 갈등과 그 속에 휩쓸린 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버림받은 북한 공작원에 주목했던 ‘의형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설정이다. 게다가 ‘베를린’은 최근 등장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의 권력 암투까지 직접적으로 다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남북, 첩보전처럼 대중이 알기 어려운 베일 속 이야기는 관객에게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을 가져다준다”며 “‘베를린’의 경우 북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정치적인 접근 대신 사회 이면을 보여주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섰다”고 흥행 이유를 짚었다.
단편적인 뉴스로만 접한 북한이 아닌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영화 속에서 휴머니즘으로 이어졌다. 냉전의 해체, 남북 화해 무드와 교류의 물결 속에서 1960∼1970년대 넘쳐난 반공영화는 더 이상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긴장이 사라지지 않는 분단 현실 속에서도 영화는 남북한 사람들의 인간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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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사진제공|강제규필름
● 제작비↑관객동원↑…흥행 공식?
물론 남북 이야기가 100% 흥행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년), ‘간 큰 가족’(2005년)처럼 코미디 장르는 관객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또 ‘풍산개’(2011년) 등 이른바 작은 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흥행에 실패한 이들 영화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작을 알린 ‘쉬리’를 비롯해 ‘JSA’, 1000만 영화의 출발점이 된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등에 훨씬 못 미치는 제작비로 만들어졌다.
이 같은 격차는 분단 상황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보여주느냐와 관련이 깊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베를린’이 관객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던 데는 이야기의 무대가 실제로도 남북 첩보전이 자주 벌어졌던 독일 베를린이란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오동진 평론가는 “‘JSA’ ‘태극기 휘날리며’는 대규모 오픈 세트를 통해 남북 상황을 더욱 밀도 있게 그릴 수 있었다”며 “굳이 제작비 차이를 따지지 않더라도 코미디 장르는 비교적 북한 모습을 정면으로 다루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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