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텔레콤 등 계열사에서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최 회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사유화(私有化)한 행위는 비난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대(先代)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도한 SK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려 심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질책했다.
법원이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구형을 깎지 않고 그대로 수용한 것이나, 1심에서는 드문 법정 구속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총수의 경제범죄를 엄단하겠다는 법원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법원은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도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계 총수의 위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판결 추세를 재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당초 검찰 수사팀은 최 회장에 대해 ‘징역 7년 구형’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이를 묵살하고 ‘징역 4년 구형’을 지시하는 바람에 검찰 내부가 술렁였다. 최 회장과 한 전 총장은 대학 동문이다. 한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나게 된 파동에도 이 사건이 영향을 줬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팔이 안으로 굽은 구형’을 바로잡았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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