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철 사장-노조 무한갈등… 추락하는 MBC
23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 있는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MBC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새해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60)은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사장이 없는 회의에선 업무보고를 할 수 없다”며 돌아가버린 것. 이에 앞서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은 “몸이 아프다”며 불출석했다. 한 이사는 “관례에 따라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가 회의를 주재했는데도 아무 말 없이 불참한 것은 방문진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흥분했다. 이사회는 24일 “불출석을 경고한다.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결의문까지 발표했다.
#장면 2. “문제 있었던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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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들이 MBC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김 사장과 노조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뉴스 시청률 하락 △예능 프로그램 하향세 △광고 매출 감소 등 MBC의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 MBC의 추락… 어디까지
실제 MBC 연평균 시청률은 2009년 6.04%에서 김 사장이 취임한 2010년 5.81%, 2011년 5.79%, 2012년 4.70%(AGB닐슨 전국 기준)로 계속 하락했다.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거의 몰락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데스크 월평균 시청률은 2011년까지는 8.7∼10.4%를 유지하며 KBS 9시뉴스(15.8∼21.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SBS 8뉴스(5.6∼7.4%)보다는 2∼3%포인트 앞선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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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드라마에서 보여준 MBC 특유의 강점도 약화됐다. 최근 시작된 ‘토크클럽 배우들’의 21일 시청률은 2.3%에 그쳐 종합편성채널의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낮았다.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가 갑자기 종영됐다. 올해 방영될 ‘구암 허준’ ‘대장금 그 후 10년’ 등은 창의력 부재로 과거 히트작을 ‘재활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수익도 급감했다. 지난해 MBC 광고매출은 2011년 4929억 원에서 1년 만에 1000억 원 이상 줄었다. MBC 관계자는 “방송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 김 사장의 정략 인사, 노조의 강경투쟁이 원인
MBC의 추락을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케이블 채널의 상승세와 전반적인 TV 시청률 하락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계속된 노사 갈등, 나아가 구성원 간 알력 등 내부 원인이 프로그램의 질과 신뢰도를 동시에 추락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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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에선 “노조가 노영(勞營)방송을 만들고 정치파업을 한다”며 맞섰다. 갈등이 계속되면서 기자 11명이 해고됐고 약 70명이 감봉 혹은 근신 조치를 받았다. 한 관계자는 “이제 와서 보니 김 사장의 정략적 인사와 미국산 쇠고기 등 이슈마다 좌파단체의 주장을 확대재생산해 노영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게 한 노조 모두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징계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대규모로 경력사원을 채용하면서 구성원 간 갈등으로 확대됐다. 기존 MBC 기자들은 “사측이 뽑은 기자들과는 대화조차 안 한다”고 밝힌 반면 경력직원들 사이에선 ‘차별이 심하다’며 제2노조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시청자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며 “사측과 노조 양측 모두 포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 ‘朴정부 방송정책 시금석’ 김재철 사장 거취 주목 ▼
김 사장 퇴진은 지난해부터 거론돼 왔다. MBC 파업이 장기화되자 지난해 7월 여야는 19대 국회 개원 조건으로 MBC 사태를 해결하자고 합의했다. 하지만 진전이 없자 야당은 “여당이 김 사장 퇴진에 동의하고서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여당은 “퇴진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이후 김 사장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달 말 발표될 감사원의 MBC 감사 결과가 김 사장 거취의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국회의 요구에 따라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이 방문진, 나아가 MBC와 김 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김 사장 사퇴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감사원은 KBS 특별감사에 착수했고 개인 비리를 이유로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단국대가 15일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이라고 판단한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문진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30일 임시이사회에서 소명하지 않으면 이사장직 사퇴권고 등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이 사퇴하고 새 이사장이 선임되면 야당 측 방문진 이사들이 김 사장 해임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임기(2014년 2월)를 채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굳이 임기가 1년이나 남은 김 사장 거취에 영향을 미쳐 ‘정치권 개입’ 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윤종·전주영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