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 이지호 교수팀 연구발표
최근 이지호 울산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국립환경과학원과 함께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힌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 소음, 성적 하락의 주범
연구팀은 소음이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했다. 울산 시내 초등학교 3곳의 5, 6학년생 164명을 대상으로 교실에서 각각 45, 60, 65, 70, 75dB(데시벨)의 소음을 들려주면서 벨 소리가 나면 반응하기, 숫자 4개를 크기 순으로 배열하기,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적힌 숫자 중에서 빨간색 숫자만 크기 순으로 배열하기 등의 실험을 일대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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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dB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들리는 소리다. 이 정도의 소리도 끊임없이 들리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 실내의 소음 기준은 55dB 이하이며, 학교 바깥은 주간에 65dB, 야간에는 50dB 이하다.
경일대 도시문제연구소 이강국 교수팀이 201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봄과 가을에 창문을 연 상태에서 교실 실내의 소음은 62∼64dB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지호 교수는 “실제 학습 환경에서 교실의 실내 소음 수준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교실 내 소음뿐만 아니라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도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음, 스트레스 높이고 심장에도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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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무음일 때와 75dB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높게 나왔다. 너무 조용해도 불안함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75dB의 환경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호르몬 수치가 더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더군다나 이런 큰 소음은 심장박동에도 변화를 준다.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은 집 주변의 교통소음이 10dB 증가할 때마다 50∼64세의 성인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성이 12%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심한 소음이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심장에 무리를 줘서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소음도 주요 환경 문제로 다뤄야”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은 서울시 25개 구 중 15개 구의 주민이 유럽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도로교통 소음에 노출돼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22개 구에서는 밤에 기준치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주민이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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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교수는 “유럽에서는 소음 문제가 탄소, 라돈, 납 등과 함께 5대 환경 문제”라며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경소음 문제를 더 심각하게 다뤄야 하는 만큼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라고 주장했다.
울산=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