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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피플&피플]순직 해경 흉상 세우고… 재난현장 달려가고…

입력 | 2013-01-15 03:00:00

창립 10주년 맞는 인천사랑운동協




조상범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왼쪽)이 지난해 12월 28일 이청호 경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흉상 제막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이날 조회장은 이 경사의 자녀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했다. 해양경찰청 제공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중구 북성동 월미공원 광장.

2011년 12월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5함 특공대원으로 옹진군 소청도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숨진 이청호 경사의 순직 1주기를 맞아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실제 모습의 1.2배 크기인 이 경사의 흉상은 인천시새마을회, 인천시여성단체협의회 등 120여 개 사회봉사단체의 연합체인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가 그동안 시민에게 모금한 2800만 원으로 만들었다.

흉상에는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순직한 고인의 정신을 후세의 모범으로 삼고자 288만 인천시민의 뜻을 모아, 인천시민의 이름으로 세우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이날 협의회는 제막식에 참석한 이 경사의 자녀 3남매를 위한 장학금 400만 원을 그의 부인(39)에게 전달했다. 조상범 회장(65)은 “이 경사가 보여준 숭고한 희생정신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 왔다”라며 “유족이 슬픔을 잊고 살아가는 데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2003년 5월 출범한 협의회는 그동안 인천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행동, 시민을 위한 교육사업 전개, 재난 현장 복구와 자원봉사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협의회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2011년 강화도 앞바다에 조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자 “저어새 번식지이며 습지보호구역인 이곳의 생태계가 파괴된다”라며 반대 운동에 나서 지난해 사실상 무산시켰다.

정부가 내년에 열리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주경기장 건립비 지원을 거부하자 협의회는 지난해 7월 인천 지역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를 만들어 서명운동에 나섰다. 같은 해 11월까지 183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18대 대선후보들에게 공약으로 책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국회는 올해 예산안에 615억 원을 반영했다.

교육사업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인천사랑지도자아카데미’는 매년 향토사학자와 대학교수 등이 강사로 나서 시민들에게 인천의 문화유산 등을 주제로 일주일 동안 가르친다. 지금까지 6차례씩 열어 수료생 3000명을 배출했다.

두 달에 한 번씩 운영하는 월례 강좌도 인기다. 시민 누구나 참석해 인천 지역 현안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토론을 통해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또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봉사정신을 길러 주기 위한 ‘인천사랑 실천단’에는 1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실천단은 매주 토요일 중고교와 대학 동아리를 찾아 향토사를 강의한 뒤 유적지 탐방이나 해당 지역 봉사활동에 나선다.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주변 도로에서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도 벌인다.

인천 일대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도 현지로 달려가 피해 복구 지원에 힘을 보탰다. 또 두 달 동안 연평도 주민 돕기 운동을 벌여 43억 원을 모금해 가구당 470여만 원을 지원했다.

인천 연고 프로축구단인 인천유나이티드 FC를 응원하는 서포터스 활동에도 참가하고 있다. 이 밖에 도심 공원 가꾸기와 나눔장터 개최, 대중교통 불편 사항 건의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조 회장은 “인천사랑운동은 시민의 힘과 슬기를 모아 인천을 풍요롭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가는 캠페인”이라며 “새해에는 시민의 품격을 높이는 생활문화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