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와우한국경제TV 출연 전문가 구속
증권방송전문가인 전모 씨(34)는 이날 오후 10시 와우한국경제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랩을 매수 종목으로 추천했다. 다음 날 다른 프로그램과 인터넷증권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유료회원들에게는 문자 메시지로 매수를 권유했다. 회원들은 한 달에 80만∼100만 원씩 회비를 내고 투자 정보를 받는 ‘개미(개인투자자)’였다.
증권사 객장에서 방송 점유율 1위인 이 방송채널과 전 씨의 명성이 실제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는지는 확인키 어렵지만 주가는 단기간에 급등했다. 2009년 4월부터 이 방송에서 활동한 전 씨는 특정 기업의 투자 전망을 하거나 모의 수익률을 산정하며 투자 정보를 제공했다. 전 씨는 주로 황금시간대(오후 10∼11시)나 주식시장 개시 전(오전 6∼7시)에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개미들은 그를 믿고 주식을 샀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사전에 매수한 특정 주식을 자신이 출연한 방송에서 추천한 뒤 팔아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안랩 ㈜서한 ㈜바이오스페이스 ㈜바른손 등 4개 종목 주식 210만7004주를 매매해 총 36억9866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부당이득 중에는 전주(錢主) A 씨의 몫도 있었다.
검찰은 전 씨의 행위가 ‘스캘핑’의 전형이라고 봤다. 스캘핑은 북중미 인디언들이 적의 시체에서 특정 부위 피부를 벗겨 전리품으로 챙겼던 행위를 뜻하는 말로, 증권시장에서는 투자자문업자가 매수 추천을 하기 전에 해당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검찰은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증권방송전문가의 스캘핑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포괄적 사기 금지 규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전 씨는 검찰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자신이 산 주식을 추천해 달라며 전 씨 등 다른 방송 출연자에게 돈을 주고 차익을 올린 혐의로 전주 A 씨도 구속기소했다. A 씨는 한 번에 ‘꽃값(사례금)’을 3억 원씩 주고 6개월간 90억 원을 챙겼다.
이번 수사는 개미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검찰은 “증권방송전문가들이 선행매매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여러 건의 민원을 접수해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