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승계주자 실점률 분석
지난해 6월 8일 정현욱(당시 삼성)은 4년 5개월여 만에 선발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5회 투아웃까지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정현욱의 구위가 갑자기 흔들렸다. 선발승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긴 상황에서 정현욱은 연속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현욱 대신 이우선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된 이우선의 초구는 폭투가 됐고, 이어진 포수의 2루 악송구까지 겹치며 삼성은 SK에 두 점을 헌납했다. 뒤이어 SK 이호준은 이우선을 상대로 쐐기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1-5로 패한 뒤 류중일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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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12시즌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류중일 감독이 교체 타이밍을 가장 잘 맞췄다. 삼성 투수들은 지난 시즌 승계 주자 177명 중 42명(23.7%)에게만 홈을 허용했다. 반면 두산 투수들은 지난해 승계주자 239명 중 93명(38.9%)이 득점할 수 있도록 해줬다. 8개 구단의 승계주자 실점률 평균은 30.9%였다.
흥미롭게도 투수 출신이 감독인 팀들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35.3%로 야수 출신이 사령탑인 팀들의 28.3%보다 높았다. 야수 출신 감독들이 투수 교체를 더 잘했다는 의미다.
승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가장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인 투수는 차우찬(삼성)이었다. 차우찬은 지난 시즌 승계주자 10명을 넘겨받아 단 한 명의 주자에게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박정배(SK)는 넘겨받은 승계주자 20명 중 12명(60%)에게 홈을 밟도록 해줬다. 승계주자의 득점은 구원투수가 아닌 승계주자를 내보낸 투수의 자책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숨어 있는 기록을 잘 찾아보면 ‘승계주자 실점률’은 감독들의 투수 교체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