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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최연혁]한국 국회의원들, 특권이 너무 많다

입력 | 2013-01-05 03:00:00

스웨덴 의원 신분은 임시직, 보좌관없이 의정활동해도 한국보다 입법률 훨씬 높아
박 당선인, 최우선 과제는 정치개혁
무능한 의원들 퇴출시키고 국민들 정치혐오증 치유해야




최연혁 쇠데르퇴른대 정치학과 교수

한국 정치가 1987년 이후 여와 야, 좌와 우 정당들이 두 번씩 번갈아 가며 정권을 교체하면서 형식적 민주화가 이뤄져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무관심, 혐오주의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차대한 임무를 갖는다. 무엇보다 정치 부패 줄이기와 정치 개혁을 완성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 투명성을 높이는 정치 개혁은 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이번 대통령은 1987년 이후 한 번도 손대지 못한 제도 개혁을 위해 제대로 된 방향타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통령 단임제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1987년 이후 직선대통령제를 통해 모양만 민주국가의 틀을 갖추었지 실질적으로 반민주적 요소가 많이 내포되어 있었다. 삼권분립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정치는 실종되고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이 집중되었다. 재임 기간에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과욕 때문에 효율적 권력집행을 위해 역설적으로 대통령에게 권력이 더 집중되었고 그 언저리는 항상 부패했다.

따라서 5년 단임제를 고쳐 레임덕 현상을 줄이고 국가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의 일반적 추세는 4, 5년 중임이다. 미국은 4년 중임, 프랑스는 7년에서 5년 중임으로 개정되었다. 나는 이번 새 대통령 임기 안에 반드시 중임제 개헌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들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정치 개혁의 주도권을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서는 제대로 된 개혁은커녕 개악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국회에 맡겨 놓은 정당 개혁, 국회 개혁, 국회의원 정족수 축소, 선거구 획정, 국회의원의 신분과 활동 지원에 관한 개혁 등을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할 수가 없다.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과도한 ‘특권의 상징’인 의원연금 폐지가 결국 선거용 쇼로 끝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자신들의 권한 축소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 정치 시스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으로 군림하는 직업이 아니라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보좌관이 대신 공부해 국회의원에게 요약집을 전달해 주는 구조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책임 있는 국회의원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도 손볼 일이지만, 보좌관을 없애거나 1, 2명 정도만 남기는 대특단의 개혁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스웨덴의 국회의원들은 보좌관이 없다. 그런데도 입법률이 훨씬 높다.

스웨덴과 비교하면 한국 정치인들이 얼마나 의정활동에 게으르고 무능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스웨덴 의원지원법에는 정치인들은 24시간 일하는 임시직으로 규정되어 있다.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스웨덴 국회의원은 3D 업종 중의 하나이며 중간에 그만두는 비율도 30%나 된다. 국회의원이란 직업이 특권이 아니라 얼마나 고된 직업인지 알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바탕은 ‘제도’에 있다. 1866년 근대적 양원제 도입과 함께 제도화된 스웨덴의 특별위원회제와 국가특별보고서제도(SOU)는 국회의원들이 기본 업무인 법안 마련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특별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법안이 해당되는 행정부처의 산하조직으로 운영되지만, 독립적 조사권과 최소 평균 2년 정도의 조사기간을 보장받는다. 국내 최고 전문가로 구성되며 학술 세미나는 기본이고 시민단체, 정부 및 민간 연구소, 사안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의견까지 들어 당대 최고, 최상의 결론을 도출해 낸다. 정치적으로 민감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사항은 권고사항으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객관적 결론을 제시한다.

이렇게 도출한 결론과 권고사항은 국가조사보고서로 제출해 법안의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2년이라는 긴 조사 기간에 최상의 정책 조합을 찾아내고, 이익과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들은 직접 유관기관, 단체들과도 대화해 결론을 도출해 낸다. 그래서 시간은 걸리지만 법안 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상당히 줄어든다. 한국에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택시법’이 법안 통과 막판에서야 문제가 되고 통과 이후에도 논란이 되는 일은 스웨덴 같은 곳에서는 있을 수 없다.

스웨덴에서는 헌법 개정에서부터 선거제도 개혁, 복지 개혁, 연금 개혁 등 굵직굵직한 개혁에 모두 특별위원회 활동과 국가조사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 스웨덴의 높은 사회통합력과 정치 및 경제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국가경쟁력, 민주주의의 저력이 특별위원회 활동과 국가조사보고서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치 개혁은 국가 개조 작업이다. 그리고 정치인 개조 작업이기도 하다. 이 모든 작업은 결국 국민이 주인인 주권재민의 정치가 그 핵심이다. 이런 정치 개혁이 완성되었을 때 정치적 신뢰가 회복될 수 있고, 모든 국민이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최연혁 쇠데르퇴른대 정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