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언에 따르면, 처음에는 얼굴도 안 보고 봐줄 수 없다고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말을 꺼냈다는데, 여러 소리 중에 내 귀를 솔깃하게 만든 말은 “올해 귀인이 나타난다”였다. 근데 참 요상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사람을 만날 때마다 ‘혹시, 이 사람이 나의 귀인?’ 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드는 게 아닌가. 특히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아주 오랜만에 뜬금없이 나타나 일이 척척 풀리면 ‘점쟁이가 말한 귀인이 바로 이 사람?’ 하는 생각이 들어 혼자 실없이 웃곤 했다.
그렇게 귀인이 누굴까 궁금증을 갖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처럼 사람들을 자상하게 들여다보니 그렇다, 모두가 귀한 사람이었다. 장미와 백합만 꽃이 아니라 풀꽃도 꽃이듯이 과연 귀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나를 스쳐갔거나 내 곁에 머물러 준 사람들이 결국은 모두 나의 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 나와 동시대를 살면서 나를 조형해가는 데에 영향을 주는 주변사람들이 다 나의 귀인이 아니겠는가. 결국 나는 날마다 귀인을 만나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그 점쟁이, 참 용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도 독자 여러분의 신년운수를 봐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내놓는 새해 점괘는 이렇다. “신년운수를 알고 싶으세요? 2013년 새해에는 여러분에게 틀림없이 귀인이 나타날 것입니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