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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연욱]‘촉새들의 인사 전쟁’

입력 | 2012-12-29 03:00:00


촉새는 몸길이가 15cm 정도로 참새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참새보다는 부리가 길고 등은 황록색이다. 촉새는 나무 위에서 쉬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주경계(四周警戒) 하는 종족보존 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언행이 너무 가볍거나 방정맞은 사람을 흔히 “촉새 같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人事)는 웬만한 측근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진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인선 내용도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사전에 전혀 모른 채 밀봉된 봉투를 뜯어 내용을 보고 발표했다. 그래서 ‘밀봉인사’라는 조어(造語)까지 등장했다. 박 당선인은 올해 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명단이 발표 하루 전에 보도되자 “지난번 비대위는 어떤 촉새가 나불거려 가지고…”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에게 ‘촉새’로 찍히면 당사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그런 탓인지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앞장서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손사래를 친다. 친박의 한 관계자는 “박 당선인 스타일을 잘 아는 측근들은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설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인수위나 청와대 자리는 한정돼 있고 들어가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으니 인사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과 다름없다. 특정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면 곧바로 그를 헐뜯는 소문이 유포된다. 인사 잡음은 정권 실세들의 권력투쟁으로 번지기 마련이다. 누구는 밀고 누구는 떨어뜨리려는 ‘촉새들의 전쟁’이다. 이명박 정부 초반에 청와대와 중앙부처 인사를 놓고 이상득 박영준과 정두언은 정면충돌했고 그 앙금이 5년 내내 이어졌다. 박 당선인이 철통 보안을 강조한 배경에는 이런 인사 잡음을 막으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요즘 여의도에서는 일부러 인사 대상자를 후보군에 띄워 놓고서 후보군에서 배제되기를 유도하는 신종 네거티브가 유행한다고 한다. 인사 내용의 사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박 당선인 스타일에 맞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철통 보안이 능사는 아니다. 벌써부터 인수위 몇몇 인사에 대한 상호 검증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격적인 인사 시즌을 앞두고 보안이 절대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촉새도 보기 안 좋지만 촉새가 무서워 검증도 제대로 못해서야 되겠는가.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