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을 하기 직전까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는 맹금류처럼 자신의 강함을 숨겨야 경쟁사회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초한지’에서 방연에 대한 손빈의 복수극은 강한 사람이 왜 자신의 강함을 숨겨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손빈은 동문수학했던 방연의 배신으로 얼굴에 먹물을 새기는 형벌을 받았고 두 다리까지 다쳤다. 손빈이 처절한 복수극을 다짐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방연과 손빈이 정면대결을 할 기회가 생겼다. 손빈은 위나라 방연이 한나라로 진격할 때 비어있는 위나라의 도성으로 군사를 몰았다. 그러자 방연은 공격을 계속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때 손빈은 군사들에게 이렇게 명령했다.
“위나라 땅으로 진격해 들어가 첫날 야영하는 곳에는 군사들이 밥을 지은 화덕의 흔적을 10만 개로 하라. 그 다음 날에는 그 흔적을 반으로 줄여라. 또 그 다음 날에는 다시 반으로 줄여라. 이렇게 하면 승리는 바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요약하는 중요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경쟁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경쟁에서 약한 자가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오만한 자가 패배한다. 자신의 강함을 숨기면 상대의 오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해 반성할 수 있게 한다. 강함을 숨기는 것.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