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고졸 행원 지원자들이 올 6월 서울 강서구 등촌동 KBS 88체육관에서 스포츠면접을 치르고 있다. 산은은 올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20명을 정규직 고졸 행원으로 채용했다. KDB산업은행 제공
KDB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고졸 채용을 본격화하고, 사내 대학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필요한 고학력화에 따른 사회적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창구텔러의 83%가 고졸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66%가 대졸 출신인 현실도 반영됐다. 산은의 고졸 채용은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 제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산은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단된 고졸 채용을 지난해 재개하면서 90명(정규직)을 상업계 특성화고 출신으로 채웠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120명을 정규직으로 뽑았다. 우수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특성화고 3학년생을 대상으로 올 6월 채용절차를 마무리했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1년 또는 2년 계약직으로 고졸 채용을 진행한 것과 달리 산은은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이들을 채용하고 있다. 또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입행 후 대학 진학 시 등록금 전액을 은행이 부담하는 것도 특징이다. 남자 고졸행원은 군 입대 시 기본급의 50%를 지급하는 한편 입영기간을 호봉으로 인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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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3개월간 고강도 교육 훈련을 하는 ‘고졸 신입행원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의 빠른 사내 적응을 돕고 있다. 기본소양 과정을 비롯해 금융경제 기초과정, 은행실무과정(실습), 산악훈련, 집단과제 수행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돼 있다. 이와 함께 금융실무를 익히기 위한 맞춤형 사이버교육도 마련했다. 근무실적이 우수한 선배 직원들을 멘토로 지정하는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사내교육을 마친 고졸행원들은 채용권역의 영업점에서 개인금융 또는 외환 텔러로 전원 근무한다. 여신 등 은행 기본업무에 대한 시험을 통과하면 대졸 신입행원과 동일한 직무 경로를 밟을 수도 있다.
산은이 최근 개교허가를 받은 ‘KDB금융대학교’는 고졸 사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내 대학이다. 산은 관계자는 “고졸 채용 파이오니어로서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학사과정으로 금융학과만 개설되며 입학정원은 120명으로 잡았다. 전문성을 갖춘 사내 전문가들로 교수진을 구성할 예정이다. 등록금 등 교육경비는 전액 산은이 부담하며 지방 근무자를 위한 통학 여비도 지원한다. 교육시설로는 산은 여의도 본점과 연수원 등이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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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은 금융대의 교육대상을 당분간은 고졸 직원으로 제한하되, 앞으로는 금융업계 종사자 전반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석사학위 과정을 만들고 글로벌 학위과정도 추가할 계획이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고졸 취업은 경제활동 개시연령을 낮춰 우리 경제의 성장성을 높일 수 있다”며 “KDB금융대를 기존 명문대를 넘어서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롤 모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