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정비사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아시아나항공 정비훈련원 가보니
아시아나항공 정비훈련원 13기 학생들이 5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공항 주기장에서 현직 항공정비사로부터 항공기 외관검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근 항공정비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정비훈련원도 입소 경쟁률이 13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아시아나항공 정비훈련원 311호 교실. 이대섭 아시아나항공 정비훈련팀 차장이 예비 항공정비사 21명에게 정비지침서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지침서에 따르면 경고는 ‘지키지 않으면 인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 주의는 ‘항공기나 장비의 손상이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학생들은 이 차장이 강조하는 내용에 귀를 쫑긋 세우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다.
훈련생들은 1학년 때 수학과 물리학 영어 등 기본과목에서부터 항공역학, 항공법 같은 전문과목까지 배운다. 2학년 때는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의 정비 현장에서 현장실습을 받는다. 2년간 3700여 시간의 집중 훈련을 받고 나서야 훈련생들은 항공정비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다.
광고 로드중
○ 세계를 누비는 항공정비
아시아나항공은 1996년부터 정비훈련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지정한 정식 교육기관은 총 11곳.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공군이 운영하는 기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 및 사설 교육기관이다.
항공사에서 교육을 받을 경우 학비가 무료이고 현직 정비사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평균 입학 경쟁률은 약 13 대 1에 이른다. 올해 입학한 14기 훈련생의 경우 평균 토익점수가 720점이다.
한국기술교육대를 졸업한 임채기 씨(25)는 “내 정비활동에 승객 300여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다”며 “세계 각지의 아시아나항공 취항지를 찾아다니며 근무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가 보유한 항공기의 경우 국내에서 취득한 자격증만으로도 어디서든 정비가 가능해 해외로 나가는 정비사도 적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미국 중국 독일 호주 등 11개국 34개 지점에 총 43명의 정비사를 파견했다. 전체 정비사(1218명)의 약 3.5%가 해외에 나가 있는 셈이다.
광고 로드중
○ 늘어나는 정비사 수요
국내 항공사들의 항공기 보유대수가 늘고 외국 항공사의 국내 취항도 증가하면서 항공정비사 인력은 ‘상한가’다. 권성욱 아시아나항공 정비훈련팀 과장은 “기술력 문제로 과거에는 항공기 정비를 외국에 위탁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외국 항공사로부터 정비를 위탁받고 있을 정도로 정비수준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30개 외국 항공사의 국내 정비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인재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훈련원 운영으로 수준 높은 정비 인재들을 키워내는 것이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