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운 일 중에 첫 번째는 글재주 없는 사람이 권력자 앞에서 붓을 잡고 날렵한 척하여 벼슬을 노리는 일이요, 두 번째는 탐관오리가 천하가 다 아는 부정축재를 혼자 숨기려 드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아무개 관리 집에 뇌물상자가 건네진 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정작 본인은 남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뻔뻔스럽게 청빈함을 자랑하니 그럴 만도 합니다. 세 번째로 우스운 일은 못생긴 여인이 거울 보고서도 알지 못하고 남이 칭찬해주면 정말 고운 줄 착각하고 교태를 부리는 일을 들었습니다. 네 번째는 이규보 자신이 요행으로 별 탈 없이 한세상 살면서 높은 자리에 오른 일이라 겸손을 부려보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승려가 미인을 만나면 마음이 동하면서도 무심한 척 위선을 떠는 일이라 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섯 편의 시를 보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잘 산 인생이겠지요.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