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이재욱 교수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 논리회로실험실에서 시스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성균관대 제공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정보통신대학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다. 삼성 입사를 조건으로 첨단 반도체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면서 성균관대 실용교육의 상징이 됐다.
○ 삼성의 의지-성균관대 포부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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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기제품의 필수 부품이자 ‘첨단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1947년 미국 벨연구소가 처음 개발했다. 삼성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뒤늦게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64킬로바이트 D램을 개발한 시기는 1983년. 삼성은 64메가바이트 D램을 1992년에 처음 선보이면서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1993년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로 뛰어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매출은 304억7400만 달러를 기록해 연간 점유율이 10.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삼성은 미래를 내다봤다. 반도체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프로그램을 국내에 만들자는 계획. 여기에 맞춰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생겼다.
우수한 인재를 직접 길러내면서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와 반도체 교육의 새로운 중심이 되겠다는 성균관대의 포부가 합쳐진 결과였다. 기업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 양성을 원하고, 대학이 여기에 부응해 학과를 개설하는 일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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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교육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자리잡고 있는 경기 수원시의 자연과학캠퍼스 전경. 성균관대 제공
답은 현장에서 찾았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문가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을 섞어 현장중심 교육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저학년에서는 반도체와 관련된 기초를 다지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전공과목과 함께 실습을 진행하는 교육과정이 마련됐다. 이론과 교육실습, 현장실습이 함께 이뤄지는 이른바 ‘삼위일체’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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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학년생에게는 본격적인 전공과목인 논리회로, 전자기학, 반도체물리, 자료구조, 반도체소자, 반도체공정을 가르치며 실습을 함께 진행했다. 4학년 과정에서는 산학협동프로젝트와 인턴십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기초학문과 달리 실용학문은 산업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전임교수와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의 임원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는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이를 통해 산업체의 수요를 탄력적으로 반영한 교육과정을 매년 새롭게 짰다.
○ 취업 보장 기본… 해외 오리엔테이션
우수한 학생이 몰려들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짜니 기업의 지원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재학생은 2학년 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채용 절차를 밟는다. 여기서 통과되면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나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한다.
또 4년 내내 전액 장학금을 지원받고, 인턴십 지원비 등 다양한 혜택도 받는다. 석사과정에 진학하면 전액 장학금과 별도의 학업장려금을 받는다.
신입생을 환영하는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해외에서 연다. 신입생은 2006∼2008년에는 중국의 삼성전자 쑤저우 현지법인, 2009년에는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 부품 생산단지인 대만의 신주과학단지, 2010∼2012년에는 해외 우수대학인 홍콩과학기술대를 견학했다. 입학과 동시에 반도체 산업 분야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도전하는 정신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2008년에는 삼성전자의 지원으로 반도체관 건물을 새로 지었다. 반도체실습을 위한 전용 워크스테이션실과 첨단디지털강의실, 실험 실습실을 갖춘 곳이다.
김현수 성균관대 부총장은 “취업을 전제로 학생을 뽑고 산업현장과 연계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성공적으로 뿌리내렸다”며 “실용학문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시대에 ‘어떤 인재를 길러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대학이 갈 길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 “개설 7년만에 실용교육 모델 돼… 취업생들 핵심부서서 재능 발휘” ▼
■ 공배선 반도체시스템공학과장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공배선 학과장(사진)은 학과 개설 이후 7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이룬 성과에 큰 자부심을 보였다. 첨단 분야가 요구하는 맞춤형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개설된 학과. 안팎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특히 다른 대학에는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공 학과장은 “학교의 지원과 교수와 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강점과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강점은 무엇인가.
“교수진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임원이 참여해 함께 만드는 커리큘럼이다. 반도체 분야의 최신 발전 추이를 반영해 매년 개편한다. 핵심 교과목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설계 부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한다.
―삼성의 임직원이 수업에 참여한다고 들었다.
“1학년 첫 학기에 열리는 ‘성균 프레시맨 세미나’는 두 회사의 기술임원을 비롯해 10명가량의 상무와 전무가 수업을 맡는다. 2학년부터는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낸 전임교수 2명이 강의하는 ‘기초전기회로’ ‘반도체소자’ ‘디스플레이공학’을 듣게 된다. 현직 임원이나 수석연구원은 ‘반도체공정’ ‘디스플레이구조 및 특성’ 등의 이론 교과목과 ‘집적회로설계실습’ ‘디스플레이설계실습’ 같은 설계실습 교과목을 강의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현직 임원은 열 명이 넘는다.”
―교과목이 너무 한정됐다는 우려가 있을 것 같다.
“현대의 모든 정보기술(IT) 기기는 일종의 반도체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전자공학의 기초 위에 이런 반도체 시스템 설계에 필요한 제반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친다. 따라서 전반적인 전자공학 소양을 쌓고 반도체 설계를 특성화하는 형태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가르치나.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의 첨단 IT 기기에 꼭 필요한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와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까지 다룬다. 국내외의 다른 대학은 반도체 분야와 관련된 일부 교육과정만 가르친다. 우리는 반도체 설계는 물론이고 이와 관련된 분야 전반을 교육하는 셈이다.”
―역으로 전문성을 갖춘 교육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다양한 분야의 핵심 과목을 체계적으로 이수하도록 교과과정을 4개의 전문트랙으로 나누었다. 집적회로설계 트랙은 메모리 반도체 설계 분야, 하드웨어아키텍처설계 트랙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 시스템소프트웨어 트랙은 시스템 반도체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 설계 분야와 연결된다. 이 트랙들을 마치면 삼성전자에서 일할 수 있다. 액정표시장치(LCD)를 공부해 삼성디스플레이로 진출하는 학생은 디스플레이 트랙을 밟는다. 졸업생 중 약 25%의 학생은 대학원 연계 과정인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SSIT)에 진학해서 계속 연구한다.”
―재학생은 어떤 과정을 거쳐 삼성에 입사하나.
“서류전형,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전형, 임원면접전형, 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SSAT 전형에서는 엔지니어로서의 인성을 충분히 갖추었는지를 확인한다. 임원면접에서는 반도체 분야 핵심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기술적 소양을 잘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들었다.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입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