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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철수의 ‘새 정치’는 허상이었나

입력 | 2012-12-07 03:00:00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어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만나 “문 후보가 새 정치 실천과 정당 혁신에 관한 대(對)국민 약속을 했다”며 “아무 조건 없이 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씨가 후보에서 사퇴한 이후 13일 만에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안 씨는 “오늘이 대선의 중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해 유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혔다.

범야권은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문 후보에게 안 씨의 지원이 마지막 반전(反轉)카드가 될 수 있다고 여기고 전방위로 안 씨를 압박했다. 안 씨의 이번 결심은 문 후보가 패배했을 경우 자신에게 돌아올 책임론을 피하려는 계산이 작용했을 수 있다. 안 씨의 캠프에 모였던 사람들의 “문 후보를 지원해 권력을 나눠 갖자”는 요구를 뿌리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안 씨가 국민 앞에 약속했던 ‘새 정치’의 초심(初心)은 어제 발언으로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안 씨는 기존 정치권을 상대로 혁신과 쇄신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하지만 안 씨가 지원하겠다는 민주당의 현재 모습은 그가 선결 조건으로 삼은 ‘새 정치’와 거리가 멀다. 단일화 과정에서도 민주당과 문 후보는 친노(親盧) 세력을 중심으로 안 씨를 끌어들이고 상처 낸 뒤 다시 옭아매는 정치적 구태를 서슴지 않았다. 단일화 협상이 진행될수록 안 씨의 메시지는 실종됐고 민주당의 권력 욕심과 정치공학만 두드러졌다. 애당초 ‘새 정치’와 단일화는 양립(兩立)하기 어려웠다. 이런 구시대 정치에 분노하고 저항도 하면서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던 안 씨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고 볼 수 있다.

안 씨는 후보 사퇴 이후 캠프 인사들과 만나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아우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문 후보가 TV 토론에서 안 씨의 북한관 안보관을 “이명박 정부와 똑같다”고 비판하자 안 씨는 상당히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친노 세력의 진영 논리는 안 씨가 가장 경계했던 ‘헌 정치’의 상징이었다. 단일화 과정에서 흔쾌히 문 후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안 씨가 이제 와서 문 후보를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근본적인 이념적 지향의 차이점까지 덮는 ‘묻지 마 단일화’가 안 씨가 말하는 새 정치는 아닐 것이다. 이 점에서 안 씨가 어제 “(문 후보가 이기는) 정권 교체는 새 정치의 시작”이라고 말한 것은 궤변에 가깝다. 안 씨의 오락가락 언행을 보면 그가 내세웠던 ‘새 정치’는 처음부터 허상이었다는 느낌마저 든다.

안 씨와 문 후보는 대선 이후에도 사실상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기로 했다. 안 씨는 ‘안철수 정치’를 위해 문 후보 지지층을 껴안으면서 자신의 지지층까지 다독여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줄타기 곡예(曲藝)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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