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V 전자빔으로 세포조직 통째로 관찰
염색체 입체 영상 일본 연구진은 쥐의 신장세포에 강력한 전자빔을 쏴서 처음으로 염색체의 입체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염색체는 광학현미경이나 전자현미경으로 평면 구조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기존 방법으로 입체 영상을 얻으려면 세포를 얇게 자른 뒤 찍은 평면 사진을 일일이 합쳐야 한다. 나고야대 제공
대학 내 ‘선단과학기술연구소’에 들어서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사람 좋은 선장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바로 세포 미세구조를 연구하고 있는 우스쿠라 지로 교수다.
그의 안내로 어두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좁아 보이는 실험실에는 세포를 급속히 얼리는 장비, 세포를 50∼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두께로 잘라 ‘절편’을 만드는 장비, 절편을 관찰하는 전자현미경 등 최신 생명과학 연구 설비들이 즐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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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조직을 여러 개의 절편으로 잘라서 찍은 평면 사진들을 합쳐서 입체 영상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문제는 이 방법으로는 사진을 합치는 과정에서 오차가 생길 수 있고, 절편의 두께보다 작은 구조는 입체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또 살아있는 세포를 얇게 자르면 원래 모습을 잃을 뿐만 아니라 세포 안에서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도 관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절편을 두껍게 자르면 전자가 투과하지 못해 관찰이 불가능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광학현미경은 파장이 긴 가시광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200nm 이하의 물체는 구분하기 힘들고 내부 구조를 볼 수 없다.
이런 문제들을 단번에 해결한 현미경이 있다며 우스쿠라 교수는 일행을 안내했다. 연구소를 나와 100m 정도 떨어진 건물로 가니 현미경은 보이지 않고 높이 14m, 무게 300t이 넘는 초대형 장비가 버티고 서 있었다. 바로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이다.
100만 V의 전압으로 전자를 가속시켜 강력한 전자빔을 쏘기 때문에 투과력이 뛰어나 1000nm 크기의 시료도 거뜬히 투과해 전체 구조를 살필 수 있다. HVEM에 시료를 넣고 천천히 돌려가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어 입체 영상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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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구진이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으로 쥐의 고환에서 얻은 정소세포를 관찰하고 있다. HVEM의 전자빔은 에너지가 강하고 투과력이 좋아 세포 조직의 전체 구조를 세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나고야=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세포 조직의 전체 구조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2015년까지 바이오-HVEM을 도입해 생명과학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권희석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HVEM은 재료과학 분야에서 물질의 구조를 원자 수준으로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이 장비를 생명과학 분야에 이용하면 약물이 세포 조직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조직끼리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야=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