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끼어들어와 주인 행세한 맥 빠진 토론.’
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해 유권자들은 물론 여야 유력후보 측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의 양자 구도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간의 긴장감 넘치는 정책 대결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 정도인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현란한 네거티브 공세만 두드러졌다.
박 후보 측 박선규 대변인은 5일 “자기 신분과 역할을 잊은 분별력 없는 후보에 의해 난장판이 된 민망한 토론회였다”며 “앞으로 두 번의 TV토론이 남았는데 이렇게 진행되면 안 된다. 중앙선관위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은 없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면 2차 TV 토론회의 시청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10일, 16일의 경제, 사회분야 토론회도 4일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유권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란 우려다.
광고 로드중
둘째는 재질문이 없는 토론방식이다. 질문과 답변, 거기에 대한 반박과 재반박으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현안에 대한 두 후보의 생각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식이 아니라 한 주제에 대해 한정된 시간 내에서 간단히 답변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공동상임선대본부장은 “재질문 없는 방식은 토론을 요식 절차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상대 후보의 답변에 허점이 있어도 더이상 추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당장 이번 대선부터 보완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초청 후보의 범위만 해도 공직선거법 82조를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리적으로 법 개정은 어렵다. 소수정당의 반대도 예상된다.
남은 두 번의 토론방식도 선관위가 아닌 선거방송토론위가 확정한 것이다. 선거방송토론위는 여야와 방송사,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추천한 다양한 인사 11명으로 구성돼 있어 며칠 만에 토론 방식 변경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대안으로는 박, 문 후보 측의 합의로 별도의 양자 토론회를 여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단체가 주최하고 방송사들이 생중계한다면 공식 TV토론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이 본부장은 “박 후보조차도 양자토론의 필요성, 재질문과 반박이 반영되는 토론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며 이를 제안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 조해진 대변인은 “양자토론을 거부할 이유는 없으나 아직 두 번의 TV토론이 남아 있고 유세 일정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후보단일화를 하느라 시간 다 보내더니 바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추가로 하자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고 로드중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