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반 줄이고 특별반 늘려 영어 등 별도 현금결제 요구학부모들 “가계부담 그대로”
“정부에서 누리과정 보육료(월 22만 원)를 지원해주면 뭐 하냐.”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원비를 올리려는 거다.”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A 유치원에 모인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유치원이 내년에 바꿀 프로그램 내용에서 비롯됐다.
유치원은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2시까지 하던 정규수업을 1시까지로 줄이고 △정규시간에 포함됐던 영어를 심화학습반에서 소화하고 △심화학습반은 영어 방송댄스 우쿨렐레 과학 음악줄넘기 등 8개 과목을 묶어 오후 1시∼3시 반까지 하기로 했다.
올해는 특별활동 수업을 선택적으로 오후 2∼3시에 했다. 한 과목에 4만∼5만 원, 많이 시켜도 최대 12만 원을 넘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무조건 월 19만 원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이 유치원은 심화학습반 비용을 월 15만 원으로 줄이고 과목 수는 5개로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누리과정 지원대상을 늘리지만 유치원의 ‘꼼수’로 학부모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학부모 B 씨는 “현재 매달 수업료 49만 원에 특별활동비 5만 원까지 총 54만 원을 낸다. 내년에 정부 지원을 받으면 유치원 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는데 심화학습비가 추가돼 비용이 올해와 비슷하게 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B 유치원은 음악과 영어 같은 방과후수업을 점심 이후인 오후 1∼2시에 하고, 나머지 정규수업은 방과후수업 뒤에 하기로 했다. 학부모 C 씨는 “방과후수업을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