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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진입 규제에 가로막힌 서비스 일자리 수십만 개

입력 | 2012-12-04 03:00:00


“정부가 10년간 의료산업 선진화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황무지뿐이다.”(정기택 경희대 교수) “감기약의 슈퍼 판매에 5년이나 걸린 나라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은 요원하다.”(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어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빅뱅 방안’ 세미나는 지난 10년 동안 말잔치에 그친 서비스업 육성 정책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음식 소매 숙박업 같은 저(低)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는 반면에 고급 인재들이 몰린 의료 교육 법률 콘텐츠 같은 고(高)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진입 규제에 막히고 대외 경쟁력이 떨어져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의료산업 선진화에 착수한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는 외국인 병원과 환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같은 목표를 내걸었던 한국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국제병원이나 제주도 헬스케어타운 용지는 아직도 을씨년스럽다. 올해 겨우 외국인 대상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교육서비스 산업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와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제도권 교육이 아닌 사교육에서 나온다. 최고의 인재들이 몰렸다는 국내 법률 서비스는 2009∼2011년 연평균 약 5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콘텐츠 산업은 게임과 아시아 지역 편중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서비스업 육성을 외쳤지만 서비스업 생산성은 선진국 클럽 중에서 여전히 하위권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서비스 산업을 성장동력의 중심에 세우겠다”며 서비스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비스산업의 진입 규제를 없애고 이익단체의 반발을 조정하는 근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산업을 내수산업으로만 보면 이익집단 간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규제 완화와 서비스업의 전문화 및 대형화를 통해 해외 수요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동남아의 부자가 자녀를 한국에 유학 보내고 자신은 한국을 방문해 관광과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융·복합화한 서비스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까지 의료 교육 법률 콘텐츠 분야에서 34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규제가 없는 서비스산업 투자자유 지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혁파해 시장 경쟁과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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