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채동욱 직무대행 체제
떠나는 총장 사상 초유의 검란으로 사퇴한 한상대 검찰총장(오른쪽)이 30일 오전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굳은 표정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그는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은 후임자에게 맡기고 작별하고자 한다”며 29년 검찰 생활을 마무리했다. 대회의실 벽에 사진으로 남은 역대 검찰총장들이 한 총장의 쓸쓸한 퇴장을 지켜봤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우선은 대선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올 9월 천명한 대로 각 대선후보 진영 간 상호 비방과 흑색선전 사범을 단속하고 적발하는 데 검찰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대 총장이 추진하려고 했던 검찰 개혁은 상당 기간 공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 총장은 30일 △대검 중수부 폐지 뒤 특별수사본부 설치 △경찰을 포함한 외부 인사 주도 검찰개혁위원회 설치 △검찰 간부 대상 등 감찰본부 강화 등을 골자로 개혁안을 발표한 뒤 실행에 옮기려 했다. 하지만 대선 관리와 조직 정비에 주력해야 하는 직무대행 체제로는 검찰 개혁의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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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장 사퇴 이후 검찰 분위기는 ‘자숙 모드’가 됐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최근 검사 비리에서 검찰총장 사퇴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대검 간부들도 “앞으로 자숙하고 또 자숙하면서 뼈저린 반성을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직무대행을 맡은 채 차장은 2010년 대전고검장 재직 때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 수사를 위한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다. 2006년 대검 수사기획관 재직 때는 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구속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때는 대형 기획부동산 사기극인 ‘굿모닝시티’ 수사를 맡아 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를 구속했다.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특별수사팀에서도 활동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으로 근무하던 1998년부터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과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장학금을 전달해 오던 일이 2006년 알려져 ‘천사(1004) 검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채 차장이 당시 근무하던 사무실이 1004호였다고 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