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발상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세돌. 올 한때 부진했던 그가 다시 기록을 써가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한동안 부진했던 이세돌이 연말 각종 기전에서 잇달아 결승에 진출하며 ‘아직은 나의 시대’라고 외치고 있다. 이세돌은 이달 중순 삼성화재배 결승에 오른 것을 비롯해 △명인전 결승 진출(21일) △올레배 우승(23일) 등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다. 또 박정환 9단에게 내줬던 국내 랭킹 1위 자리도 5개월 만에 되찾았다. 명실상부한 1인자로 복귀한 것이다.
이세돌은 올해 상반기 비씨카드배 32강전에서 당이페이(黨毅飛·19) 4단, 잉창치배 16강전에서 판팅위(范廷鈺·16) 3단, LG배 16강전에선 스웨(時越·21) 5단 등 중국의 1990년대 출생 기사들에게 잇달아 패해 충격을 줬다. 당시 이세돌이 30세에 접어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마침 30대 후반의 이창호 9단(37)이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과 함께 팬들의 실망이 커졌다.
10월 들어서는 이세돌의 호령소리가 커졌다. 두 달 동안 17승 3패로 80%가 넘는 승률을 보이고 있다. 모두 강자들을 상대로 한 성적이다.
가장 큰 고비는 최철한과 겨룬 삼성화재배 준결승전(3번기) 및 올레배 결승전(5번기). 길게는 ‘8번기’까지 갈 수 있는 싸움이었다. 먼저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이세돌은 최철한에게 2승을 챙겼다. 그보다 열흘 앞서 두어진 올레배 결승 5번기에서는 1, 2국을 1-1로 마쳐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세돌은 여세를 몰아 올레배 결승 3, 4국에서 잇달아 승리해 종합전적 3-1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세돌은 “오랜만에 우승해서 기쁘고, 최철한 9단과의 8번기에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0년 올레배 첫 대회에서 우승한 뒤 3연패를 한 것이다.
명인전에서는 대회 3연패를 노리는 강자 박영훈과 4강에서 맞닥뜨렸다. 박영훈이 초반부터 우세를 지켰으나 막판 실수로 이세돌이 승리했다.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