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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자선냄비를 기부해요”

입력 | 2012-11-27 03:00:00

■ ‘구세군 빨간 냄비’ 만든 휘슬러코리아 직원들




휘슬러코리아 직원들이 23일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에서 올해 사용할 자선냄비를 손보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30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전국 300곳에서 진행된다. 휘슬러코리아 제공


1965년부터 2003년까지 사용한 자선냄비(위·가운데)는 구세군에서 손으로 만들어 크기와 모양이 일정하지 않았다. 아래는 2004년 휘슬러코리아가 만들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자선냄비. 동아일보DB

23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구세군 중앙회관. 독일 주방기구업체 휘슬러코리아 직원들이 빨간 구세군 자선냄비를 한창 손질하고 있었다. 올해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30일 시작된다. 휘슬러코리아 직원들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1년 전 썼던 자선냄비를 광이 나도록 닦고, 긁히거나 찌그러진 부분을 수리하느라 바빠진다. 구세군에서 쓰는 자선냄비를 휘슬러코리아가 만들어 기부하기 때문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1928년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일반 가정에서 쓰는 솥단지를 썼다. 트레이드마크인 ‘빨간 냄비’는 1965년 등장했다. 원통형 양철 냄비로 구세군이 손으로 만들다 보니 크기나 모양이 조금씩 달랐지만 약 40년간 쓰였다.

2003년 겨울 김정호 휘슬러코리아 대표는 10여 명의 임직원과 길을 걷다 우연히 낡고 찌그러진 구세군 냄비를 발견했다. 사회공헌 사업을 고민하던 그들은 자선냄비를 만들어 기부하기로 했다. 휘슬러코리아의 자선냄비는 이듬해인 2004년 겨울 처음으로 등장했다. 쉽게 찌그러지거나 녹이 슬지 않도록 아연도금 강판으로 만들었고 운반하기 쉽게 휘슬러 냄비에 쓰는 손잡이를 달았다.

휘슬러코리아는 자선냄비를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2005년에는 은행이나 학교에서 모금할 수 있도록 실내용 ‘미니 자선냄비’ 1만 개를 만들었다. 2006년에는 사시사철 모금할 수 있도록 저금통형 모금함을 만들어 보급해 잔돈을 모았다. 2007년 플라스틱으로 만든 기업용 자선냄비에 이어 2008년에는 구세군 복장을 입은 캐릭터 모양의 모금함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친숙하게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지원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09년 구세군 자원봉사자들의 식사를 위해 휘슬러의 각종 주방기구를 실은 ‘밥차’를 개발해 기부했다. 2010년부터는 서울시청 앞에 자선냄비를 이용한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진화는 모금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03년 24억 원이던 모금액은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48억87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50억 원이다.

구세군 홍봉식 홍보부장은 “예전 냄비는 모양이 제각각이었는데 휘슬러가 만들어주면서 냄비 디자인이 통일됐고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주면서 모금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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