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탕주의’ 예고된 비극
안 전 후보의 사퇴로 주식시장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안철수 테마주 거품이 그의 사퇴와 함께 일시에 꺼졌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테마주의 몰락으로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총 2조 원가량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몰락에 대해 “한탕 심리로 인한 예고된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 테마주 ‘올 것이 왔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안철수 테마주인 안랩은 이날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곤두박질하며 3만52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 전 후보의 대선 출마 기대감이 높아지던 1월 4일 최고 15만9900원까지 올랐지만 10개월여 만에 주가가 4분의 1 토막 났다. 안랩은 26일 하루만 602억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안랩과 함께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써니전자, 미래산업, 오픈베이스, 솔고바이오 역시 이날 줄줄이 하한가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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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34개 종목 중 15개 종목은 안 전 후보와 친분이 있다는 인맥 테마주로 분류되며 이 중 10개 종목은 3분기(7∼9월)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는데도 9월까지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선 테마주의 거품이 꺼지는 결말은 예견돼 있던 것”이라며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가 결정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인맥을 소재로 한 테마주들이 많이 형성돼 어느 때보다 후폭풍이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개미 피해 2조 원 넘을 듯
안철수 테마주의 급락으로 개미들의 피해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가 분석한 결과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34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안 전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9월 19일 이후 두 달여 동안 2조2000억 원가량 증발했다. 증권업계는 손실 대부분을 개미들이 떠안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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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안 전 후보 사퇴 이후 상승세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관련 테마주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다른 정치인 테마주도 안철수 테마주처럼 급락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테마주가 위험한데도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