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날아와도 용접봉 들 것” 현지서 ‘인프라 도우미’ 대접해줘 뿌듯
현대건설이 쿠웨이트 부비안 항만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바다 바닥에 쇠기둥을 박고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현장에서 쇠기둥을 직접 용접해 사용하고 있다(작은 사진). 현대건설 제공
“부장님, 여기 신문 좀 보세요. 이러다 현장에 미사일이라도 떨어지는 거 아니에요?”
지난해 7월 쿠웨이트 북동부 이라크 접경지역의 부비안 섬 항만공사 현장. 캠프 곳곳에 모인 현대건설 직원들은 쿠웨이트 현지 신문을 읽으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발주처인 쿠웨이트 공공사업성과 한국대사관에 문의 전화를 거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기사에는 “부비안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저지하겠다”는 내용의 이라크 무장단체의 성명서 내용이 실려 있었다. 부비안 항만공사가 이라크 경제를 질식시키고 해상 운송로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2012년 11월, 쿠웨이트 내륙과 부비안 섬을 연결하는 1.5km 길이의 가설교량은 모래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 60여 대로 가득 차 있었다. 대형 트럭은 섬 입구에서 쿠웨이트군과 현대건설 직원의 신원 확인을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했다. 긴장감이 남아 있었지만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섬 입구를 지키던 한 직원은 “미사일을 쏜다고 해도 묵묵히 공사를 진행하는 건 아마 한국 건설업체밖에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부비안 항만공사는 부비안 섬에 대형 컨테이너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컨테이너 부두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총 3단계로 나뉜 공사 중 1700m 길이의 안벽을 조성하는 1단계 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공정은 61.7%로 계획 공정(55.7%)을 웃돈다. 서정호 현대건설 부장은 “1단계 공사를 잘 마무리 짓는다면 2단계와 3단계 공사를 수주하는 데 유리하다”며 “부비안 섬에 들어설 리조트와 신도시 건설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비안 현장에는 현대건설의 건설 노하우가 총동원됐다. 특히 현대건설 관계자들은 컨테이너 터미널의 무게를 떠받칠 쇠기둥 박기(파일항타) 작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쿠웨이트 바다는 바닥이 진흙으로 이뤄졌다. 지반이 약해 무거운 건축물을 세우면 땅이 가라앉게 된다. 따라서 바다 깊은 곳의 단단한 지반까지 쇠기둥을 박고 그 위에 터미널을 지어야 한다. 이는 국내에서도 광양제철소와 인천국제공항을 세울 때 사용된 공법이다. 이명신 프로젝트 매니저는 “수평과 수직을 맞춰 수백 개의 쇠기둥을 박는 게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 힘들지만 보람찬 쿠웨이트 생활
쿠웨이트는 치안 환경이 좋다. 밤에 길거리를 걸어도 별 문제가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은 유독 가족과 함께 파견 근무를 나온 근로자가 많다. 김종구 현대건설 쿠웨이트 지사장도 부인, 막내아들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살고 있다. 김 지사장은 “별다른 유흥문화가 없고 치안이 좋아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좋다”고 말했다.
984명에 이르는 현장 직원은 부비안 항만공사 현장에 캠프를 이뤄 살고 있다. 식당 아주머니와 디자인 팀 여직원을 제외하면 모두 남자 직원이다. 캠프엔 족구장과 당구장, 체력단련실이 마련돼 있어 군대 내무반을 연상케 했다. 김용환 현대건설 대리는 “남자들끼리 있다 보니 실제 생활도 군대와 다를 게 없다”며 “일과가 끝나면 대부분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현장 직원들은 쿠웨이트에서의 생활에 대해 “힘들지만 보람차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현지 인식이 좋아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직원’이라는 명함은 쿠웨이트에선 ‘국가기반 시설 도우미’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현대건설은 2007년 슈아이바 북부 발전소, 2008년 아주르 신규 정유공장 등 최근 들어 굵직한 공사를 잇달아 수주해 왔다. 김태흥 부비안 항만공사 현장소장은 “현대건설은 공사를 맡으면 예정보다 빠른 시간에 완벽하게 마무리 짓도록 노력해 왔다”며 “한국 업체에 공사를 맡기면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일을 마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