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뭔지… 입시가 뭔지, 애타는 母情 ‘850m 기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닷새 앞둔 3일 오후 대구 팔공산 갓바위 ‘관봉 약사여래불’ 앞은 자녀들이 시험을 무사히 치르기를 비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경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부부는 품속에서 ‘입시기도 발원문’을 꺼냈다. 대구 달서구의 집에서 차로 1시간을 달리고 가파른 산길을 40분 걸어 올라온 길. 고등학교 3학년 아들을 위해 조용히 눈을 감았다. 부부는 두 손을 모으고 발원문을 외웠다. 간간이 절을 하며 30분을 머물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닷새 앞둔 3일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 가로 세로 20m가량 되는 부처님 앞 기도처는 꿇어앉거나 엎드린 학부모로 가득했다. 대부분 손에 염주를 꼭 쥐고 기도문이나 불경을 앞에 놓았다. 위에는 자녀들의 사진이 보였다. 대부분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 일부 학부모는 주민등록증을 복사해서 갖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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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사진을 앞에 놓고 기도하던 주부는 “자녀분이 수능을 앞두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묵묵부답이었다. 한참 뒤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차분하게 기도드리고 싶다.” 애끓는 모정(母情)은 낯선 이로 인해 부정을 탈까봐 걱정했다.
갓바위 부처님은 자연석 화강암이다. 정식 명칭은 ‘팔공산 선본사 관봉 약사여래불’. 보물 431호로 4m 높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한 번 절하고 한 번 정으로 쪼는 ‘일배일정’으로 22년에 걸쳐 지어냈다는 불상.
갓바위 부처님이란 별명은 머리에 이고 있는 갓 모양의 자연판석에서 나왔다. 동아일보의 첫 보도(1962년)로 알려졌다. 입시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길이 이어졌다.
수능 등 대학 입시가 본격화하면 학부모의 발길이 더욱 늘어난다.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에 따르면 수능을 앞둔 최근에는 평일 4000∼5000명, 주말 2만여 명의 기도객이 몰린다. 영험하다는 부처님이 자녀를 합격시켜 주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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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