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속도로 발전하는 광학… 제품보다 기술 우선”
그린광학의 차세대 ‘먹거리’인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고객들은 HMD를 통해 공간 제약 없이 생생한 LCD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린광학 제공
그린광학의 조현일 사장은 기술 국산화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9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린광학 제공
지난달 26일 충북 청원군 본사에서 만난 조현일 사장(46)은 “자체 기술을 확보한 우리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린광학은 설립 15년째인 지난해 1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사이 직원은 6명에서 135명으로 늘어났다.
○ ‘코리아’ 브랜드 구축이 우선
제품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조 사장은 “광학 시장은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생산보다는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 제조업체들의 지속적인 러브 콜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국내 광학업체들이 함께 성장해 ‘코리아 브랜드’를 구축하지 않으면 특정 업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제품 생산보다는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광학은 후발 업체들에 기술 등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조 사장은 “사내 직원들에게 창업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그린광학 출신으로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업체 대표가 두 명이나 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린광학이 현재 집중하고 있는 제품은 광학기술을 활용해 LCD 영상을 보여주는 특수 안경인 ‘헤드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다. 조 사장은 “HMD는 게임, 교육 외에 의료, 군수용 등 적용 가능한 분야가 많다”며 “매년 15∼20% 성장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그린광학은 HMD 판매에 필요한 전문 파트너를 찾고 있다.
○ 사내 직원 전체가 ‘광학 공부’
그린광학이 만든 내부 학습용 교재. 그린광학은 직원들의 공부를 돕기 위해 일본어, 독일어로 쓰인 광학 관련 서적 100여 권을 직접 번역했다. 그린광학 제공
그래서 그린광학은 지난해부터 학습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있다. 전체 직원을 7∼10명 단위로 묶어 광학 시장을 공부하고 제품을 분석하게 하는 식이다. 회사 측은 학습을 돕기 위해 일본어, 독일어로 된 책을 번역해 자체 교재를 만들어 나눠줬다. 또 특허, 경영, 무기체제, 광학 설계 등 분야별로 매주 교수를 초빙해 학습 내용을 참관하고 돕도록 했다. 우수 TF에는 400만 원 상당의 포상금도 준다.
이 같은 사내 TF를 통해 나온 대표적인 결과물이 스마트폰용 광학렌즈다. 확대 및 접사 기능에 제약이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망원, 광각 등의 기능을 갖춘 광학렌즈를 개발한 것이다. 조 사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직원들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광학 시장의 미래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청원=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