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 ‘큰바위 얼굴’이 되는 까닭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촬영협조=인사동 뽕다방
머리가 커질까, 얼굴이 커질까
먼저 한 가지 짚어볼 게 있다. 과연 ‘큰바위 얼굴’은 머리(두개골)가 커져서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얼굴이 커져서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진효 서울백병원 교수(성형외과)는 “20세 전후에 성장이 끝나면 두개골은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이 커지는 이유 중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노화다. 세월이 흐르면 얼굴의 연부조직(근육, 지방, 혈관 등)을 지지하는 인대가 약해진다. 이때 중력에 의해 살이 아래로 처지면서 옆으로도 퍼지게 된다. 비닐주머니에 물을 채우는 것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영양상태를 고려하면 노화의 영향은 예전보다 많이 작아진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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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으로 부종은 수분과 관련이 있다. 혈액 속에 있어야 할 수분이 혈관을 빠져나와 조직 사이에 머무는(또는 정체되는) 현상이 바로 부종이다. 박 원장은 “여성들의 종아리가 굵어지는 것도 근육이나 지방 때문이 아니라, 부종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종은 비만 이외에 짜게 먹는 식습관, 수면 부족, 피로, 변비, 운동부족 때문에 생길 수 있다. 운동이 부족해 허벅지 등 하체 근육이 부실해지면 수분의 ‘펌프질’이 잘 되지 않아 특히 하체가 붓게 된다.
‘모여라 꿈동산’ 얼굴 작게 하려면
얼굴은 다른 부위에 비해 조금만 면적이 넓어져도 표가 많이 난다. 밖으로 노출돼 있으며, 시선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얼굴과 몸의 비례가 조금만 달라져도 눈에 확 띌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용 목적으로 얼굴에 보톡스를 맞았을 때 줄어드는 근육의 양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턱 선이 훨씬 날카로워진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조금만 살이 쪄 턱과 목의 경계가 희미해져도 얼굴이 훨씬 커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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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 원장은 50세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복근을 자랑하는 ‘훈남’이다. 병원 홍보용으로 상의를 벗은 자신의 사진을 쓸 정도. 몸의 비율도 웬만한 모델 못지않다. 하지만 그의 옛날 별명은 ‘모여라 꿈동산’이었다고 한다. 머리에 커다란 스펀지 탈을 쓴 배우들이 연기를 하던, 1980년대 어린이용 TV 프로그램을 빗댄 별명이다. “제 키가 170cm인데 한때 74kg까지 체중이 나갔어요. 60kg대가 되니 얼굴이 자연히 작아지더군요. 지금은 저보고 얼굴이 크다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서 살 빼기야말로 얼굴을 작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원장은 “배가 나오면 얼굴이 커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라”며 “적정 체중([키―100]×0.9)의 10%를 초과할 때마다 무조건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조기에(적정 체중 10% 초과 때) 살을 빼는 것이 그보다 더 체중이 늘었을 때 감량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이때 살 빼기는 운동을 통해 천천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음식만 줄여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면 단백질이 부족해져 얼굴에 주름이 생기기 쉽다.
얼굴 마사지도 작은 얼굴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혈액은 물론 림프액 순환을 촉진시켜 부종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신체의 모든 부분에서는 혈액순환과 더불어 림프액의 순환이 일어난다. 두 가지 순환의 차이점은 혈액은 심장의 펌프 작용에 의해 순환하는데 비해 림프액은 림프관 주변의 근육 수축으로 인해 순환한다는 것이다. 얼굴에서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말을 할 때 일어나는 근육 운동이 림프순환을 일으킨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거나, 말을 적게 하는 사람은 림프 순환이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얼굴 마사지는 림프액의 순환에 물리적 도움을 주는 행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볍게 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용우 원장 본인도 매일 세수를 할 때 얼굴 라인을 중심으로 가벼운 마사지를 한다고 했다. 얼굴을 마사지할 때 너무 세게 문지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엔 얼굴의 성장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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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예전 우리 조상들도 얼굴 마사지 기법을 알고 있었다. 젊은 시절 몸이 약해 고생했던 퇴계 이황 선생(1501∼1570)은 건강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 ‘활인심방(活人心方)’이란 유명한 건강서를 남겼다. 그는 20세에 몸이 점점 야위는 병에 걸린 이후 질병 때문에 몇 차례나 관직을 그만둬야 했다. 그런 퇴계이지만 오히려 건강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아내와 자식을 먼저 보내고 당시로서는 장수라 할 수 있는 69세까지 살았다.
퇴계의 건강법에는 △아랫니와 윗니 딱딱 부딪치기 △엄지손가락으로 눈 닦기 △코 좌우 비벼주기 △숨을 멈추고 얼굴 문지르기 △두 손을 비벼 뜨겁게 하기 등이 들어 있다. 총체적으로 보면 퇴계 건강법의 핵심은 얼굴을 자주 만져주는 것이다. 얼굴에는 여섯 개의 주요 경락(經絡)이 흐른다. 또 얼굴은 오감(五感)이 자리 잡은 곳이며, 오장육부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청나라 건륭제도 퇴계의 것과 비슷한 양생법을 지켜 89세까지 장수를 누렸다.(주간동아, 2012년 8월 6일자 ‘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얼굴 만지면 일이 술술 풀려’ 참조)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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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 베레모 쓰면 머리 작아 보여요▼
얼굴이 커도 모자만 잘 고르면 멋쟁이가 될 수 있다. 머리를 작아 보이게 하는 털실 베레모(위)와 운두가 높은 편인 여성용 모자. 동아일보 DB
이에 대한 해결책이 살을 빼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기 얼굴에 맞는 모자를 고르면 누구라도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신세계 백화점의 모자 편집매장(‘쏘솔트’)을 담당하는 성원정 과장은 운두(모자에서 머리를 감싸는 부분의 높이)와 챙의 크기가 결정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얼굴이 동그란 사람은 챙은 크고 운두가 높은 모자를 쓰세요. 높은 운두와 넓은 챙은 얼굴을 가려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합니다.”
동양인의 얼굴형에는 챙의 오른쪽과 왼쪽 길이가 다른 ‘언밸런스 챙 모자’도 잘 어울린다. 이 역시 얼굴이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날씨가 추울 때는 털실로 짠 베레모를 쓰면 남녀 모두 머리가 작아 보이고 인상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신영재 디자이너(퍼블리카 대표)는 얼굴이 큰 사람들을 위한 의상 코디법을 소개해 줬다. 그 비결은 남들보다 어깨가 조금 넓게 옷을 입는 것. 얼굴이 커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례’의 문제이므로 넓은 어깨는 얼굴을 작아 보이게 한다. 반면 날씬해 보이려고 어깨가 좁은 옷을 입으면 얼굴이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