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사람도 처벌… 1년간 계좌개설 못해
문 씨가 새로 발급받은 통장처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동안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이 4만3268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연간 6만 개 이상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6일 현재 은행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 계좌 수는 모두 7100만 개. 1000개 중 1개꼴로 대포통장이 나돌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과 은행연합회는 30일 각종 금융 범죄에 활용되는 대포통장의 사용을 막기 위한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 대책은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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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앞으로 통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이력이 있는 사람은 1년간 보통예금이나 저축예금 등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예금계좌 개설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급여통장처럼 이용 목적이 명확한 때에는 계좌 개설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심사를 받을 때도 참고 자료로 활용돼 불이익이 주어진다.
조성래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장은 “현재는 대포통장 명의인이 통장이나 카드를 양도하거나 매매하는 게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통했지만 앞으로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을 만드는 절차도 까다로워진다. 금융기관은 통장을 만들어 줄 때 ‘통장의 양도와 매매는 불법’이라는 설명을 반드시 해주고, 개설자의 확인 서명을 받아야 한다. 이는 나중에 대포통장으로 쓰인 사실이 적발됐을 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근거로 활용된다.
단기간에 여러 계좌를 만들거나, 청소년이 통장 개설을 요청하면 금융거래목적확인서를 작성해야 한다. 외국인이 여권만 갖고 통장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융기관은 확인서를 심사해 통장 개설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개설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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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