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사이클 정치’에 희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위드 베이비 유모차 걷기대회’에 참석해 잠든 아기를 바라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박 후보가 ‘굿사이클’과 ‘배드사이클’을 반복하는 동안 캠프 분위기도 덩달아 춤을 췄다는 얘기다.
참모들에 따르면 박 후보는 한 번 장애물에 걸리면 스스로 장애물을 넘을 방법을 찾을 때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쿨’하게 무시하고 갈 일도 스스로 결연해지면서 위기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주변의 건의는 듣지만 혼자 결정하고 그 책임도 스스로 진다. 대표적인 게 과거사 논란이다. 반면 길이 한 번 뚫리면 스스로 신나서 가속도를 붙이곤 한다. 참모들의 건의를 광폭으로 수용해 국면을 주도하고 예상을 넘는 자유로운 모습도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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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월 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의 인민혁명당 발언 이후 주변의 쏟아지는 건의와 야권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데 2주일이나 걸렸다. 비정규직 대책 행보도 당초 계획했던 4개 중 2개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국민대통합 행보도 주춤하며 큰 차질을 빚었다.
박 후보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9월 24일) 이후 국민행복 전국투어를 시작하며 민심 수습에 나서 추석 연휴를 전후한 지지율 하락을 막았다. 당 지도부 사퇴 논란 때는 김무성 전 의원을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하고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등 외부인사들의 갈등도 잘 중재하면서 위기관리 능력과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나 정수장학회의 MBC와 부산일보 매각 추진 논란이 불거지자 박 후보는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히겠다”며 장고에 들어갔고 21일 기자회견까지 또다시 과거사 프레임에 갇혔다.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이후 박 후보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모습이다.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격려가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제안을 받은 다음 날인 25일 밤 선대위 상황실 등을 돌며 도넛을 직접 나눠줬다. 정보기술(IT)업계 샐러리맨들과의 오찬에서는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을 하기도 했고 선대위 청년본부에서 아르바이트 체험 제안을 내자 28일 영화관에서 팝콘을 파는 체험도 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는 “아버지를 이제 놓아드렸으면 한다”는 감성적인 메시지로 승부를 걸었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는 정수장학회 기자회견과 10·26 메시지를 통해 점차 과거사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며 “박 후보는 위기를 맞으면 스스로 위기를 키우며 빠져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계속 국면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후보도 위기에 좀 ‘쿨’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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