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타임스 의혹 보도
이 신문은 원 총리의 어머니와 부인 동생 처남 자녀 등이 실명과 차명으로 보유한 재산은 최소 27억 달러(약 2조9651억 원)라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 보석업 리조트 통신사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부동산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올렸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도 참여하는 등 원 총리가 부총리에 올랐던 1998년부터 재산이 급증했다. 일부 지분은 명의를 숨기기 위해 5단계로 복잡하게 우회해 투자한 정황도 드러났다.
원 총리의 노모 양즈윈(楊志雲·90) 씨는 지독한 가난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훌륭히 키운 어머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핑안(平安)보험유한공사의 지분 1억2000만 달러어치를 갖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원 총리의 고향인 톈진(天津)에 있는 홀딩컴퍼니 타이훙(泰鴻)을 통해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노모를 포함해 친족들의 핑안보험 지분은 확인된 것만 8억2300만 달러에 이른다. 핑안보험은 원 총리가 2004년 자본금 제한을 풀어주자 2007년 상장했다. 원 총리 친족들은 상장 전에 지분을 사들여 막대한 평가이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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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여왕’으로 불리는 원 총리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 씨는 중국 보석업계의 핵심 실세로 알려져 있다. 본인 재산으로 추정할 만한 자료는 없지만 나랏돈으로 보석회사를 세운 뒤 친척들이 지분을 사들이도록 했다.
윈스턴 원이라는 영어 이름을 쓰는 원 총리의 아들 윈쑹(雲松) 씨는 2000년에 정보기술(IT) 회사 3개를 세웠는데 그중 2개는 아시아 최대 재벌인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의 친척이 사줬다. 이 신문은 “원 총리 일가의 재산 형성을 중화권 재벌들이 도와줬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번 기사가 기업 공시와 규제당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원 총리 일가가 참여한 비상장 투자회사의 주주 구성까지 밝혀내는 등 중국 정부 내부자의 도움 없이는 파헤치기 힘든 정보가 많다. 이 때문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 총리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그가 ‘원 할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소박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매체 보쉰(博訊)은 최근 중국 좌파가 원 총리는 물론이고 차기 최고 지도자 선출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일가에 대한 자료를 서방 매체에 전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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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