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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 일가 알고보니 巨富? “가족-친척 명의로 3조원 보유”

입력 | 2012-10-27 03:00:00

■ 뉴욕타임스 의혹 보도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친(親)서민 행보를 보여왔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일가족이 약 3조 원에 이르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원 총리의 어머니와 부인 동생 처남 자녀 등이 실명과 차명으로 보유한 재산은 최소 27억 달러(약 2조9651억 원)라고 밝혔다. 이들은 금융 보석업 리조트 통신사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부동산 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올렸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건설에도 참여하는 등 원 총리가 부총리에 올랐던 1998년부터 재산이 급증했다. 일부 지분은 명의를 숨기기 위해 5단계로 복잡하게 우회해 투자한 정황도 드러났다.

원 총리의 노모 양즈윈(楊志雲·90) 씨는 지독한 가난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훌륭히 키운 어머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핑안(平安)보험유한공사의 지분 1억2000만 달러어치를 갖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원 총리의 고향인 톈진(天津)에 있는 홀딩컴퍼니 타이훙(泰鴻)을 통해 보유한 것으로 돼 있다. 노모를 포함해 친족들의 핑안보험 지분은 확인된 것만 8억2300만 달러에 이른다. 핑안보험은 원 총리가 2004년 자본금 제한을 풀어주자 2007년 상장했다. 원 총리 친족들은 상장 전에 지분을 사들여 막대한 평가이익을 올렸다.

동생 자훙(家宏) 씨는 하수 및 의료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정부로부터 3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냈다. 수주 시점은 원 총리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생 후 폐기물 관리 강화 방침을 결정한 직후다.

‘다이아몬드 여왕’으로 불리는 원 총리의 부인 장페이리(張培莉) 씨는 중국 보석업계의 핵심 실세로 알려져 있다. 본인 재산으로 추정할 만한 자료는 없지만 나랏돈으로 보석회사를 세운 뒤 친척들이 지분을 사들이도록 했다.

윈스턴 원이라는 영어 이름을 쓰는 원 총리의 아들 윈쑹(雲松) 씨는 2000년에 정보기술(IT) 회사 3개를 세웠는데 그중 2개는 아시아 최대 재벌인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청쿵그룹 회장의 친척이 사줬다. 이 신문은 “원 총리 일가의 재산 형성을 중화권 재벌들이 도와줬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번 기사가 기업 공시와 규제당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원 총리 일가가 참여한 비상장 투자회사의 주주 구성까지 밝혀내는 등 중국 정부 내부자의 도움 없이는 파헤치기 힘든 정보가 많다. 이 때문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 총리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그가 ‘원 할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소박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매체 보쉰(博訊)은 최근 중국 좌파가 원 총리는 물론이고 차기 최고 지도자 선출이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일가에 대한 자료를 서방 매체에 전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부의 권력투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의도적으로 중국을 흠집내고 있다”며 NYT를 비판했다. 중국 당국은 기사가 나온 직후 중국 내에서 NYT 사이트 접속을 모두 차단했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원자바오라는 이름으로 검색이 안 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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