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시선-동작 하나하나 칼날같은 지적
7년차 이상 배우를 대상으로 한 연기 교육 도중 오순택 서울예대 석좌교수(오른쪽)가 실습 과제로 셰익스피어 ‘말은 말로, 되는 되로’의 한 장면을 연기한 문현진(왼쪽에서 두 번째), 김은정 씨에게 조언하고 있다. 오 교수는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정직’을 꼽았다. 정직만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하지만 극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 리허설은 서울연극센터가 7년차 이상 배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오순택 교수의 장면연기 실습’ 중 조별발표 과제. 강사인 오순택 씨(79)는 배우의 대사의 정확성에서부터 시선과 움직임 어느 것 하나 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다.
“내려놓으세요, 내려놓으세요.”(서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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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씨의 지적은 한 장면에서도 대여섯 차례씩 이어졌다. 그때마다 서 씨를 비롯한 배우들은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이런 지적들이 베테랑 배우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배우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발표는 마치기로 예정된 오후 2시를 넘기고도 1시간이 지나서야 끝났지만 이날 발표를 해야 할 세 조 가운데 한 조는 발표를 못해 다음 주로 미뤘다.
오 씨의 실습은 서울연극센터가 배우들의 능력과 전문성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로 7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진행 중인 ‘연극인 재교육 프로그램’의 일환. 각 과정마다 10명 안팎의 정원으로 ‘체호프 연기 워크숍’, ‘해외연출가 워크숍’을 마쳤고 11월부터 ‘연극인의 심리 치유 및 명상 훈련’도 예정되어 있다.
특히 오 씨의 장면연기 실습 과정에는 정원 14명이 넘쳐 청강자도 7명이나 된다. 연기 지도 분야에선 국내 최고로 꼽는 오순택 서울예대 석좌교수의 강의라는 점도 크지만 그만큼 배우들의 배움의 갈증도 컸던 것이다. 이 과정은 지난달 3일 시작해 다음 달 12일까지 매주 한 번 총 10회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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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미국 TV 시리즈 ‘쿵후’에 출연한 오순택 씨. 오순택 씨 제공
“한국 배우들은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교육 없이 경험과 끼만 갖고는 항상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제가 한국을 못 떠납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