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사회부 차장
우리는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확신을 갖고 있을까. 그것이 0%와 다르지 않다 하더라도.
강력 성범죄와 정신질환자들의 ‘묻지 마’ 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으로 효과적인 제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거세(去勢)-화학적 제재이지만-와 격리와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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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 우려가 높은 성범죄자를 거세하고, 정신질환자를 격리하면 범죄는 확실히 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明暗)이 존재한다. 범죄 감소와 함께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자율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예방 시스템 덕분에 살인 범죄율 0%를 달성한 한 도시의 이야기다. 3명의 예지자와 과학을 결합해 살인 발생 전에 범인 이름을 알려주는 시스템. 이 완벽한 결과 앞에 수사관들은 범죄를 아직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체포, 구금하는 데 추호의 거리낌도 없다. 특히 수사반장인 존 앤더턴(톰 크루즈 분)은 여섯 살 아들이 유괴돼 살해당한 후 범죄예방 필요성에 더욱 절대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자신이 미래의 살인범으로 예고돼 쫓기면서 비로소 예고된 살인자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고, 예지자가 본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 순간, 아들의 살인범 앞에 총을 들고 선 존에게 함께 도주한 예지자가 외친다.
“당신은 미래를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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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프지만 총을 내리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통제할 수 있다면 이것은 점점 더 그 범위를 확산시킬 것이다. 통제가 강할수록 범죄는 줄 것이고, 범죄가 줄수록 그 방식의 유효성을 의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리 가둬놓고 범죄가 줄었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범죄 가능성이 높은 누군가가 교화(敎化)에 의해 실제로 변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은 ‘인간은 변화할 수 있으며,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은 배신당할 때가 더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전쟁과 범죄를 겪으면서도 인류가 거꾸로 가지 않은 것은 ‘사람은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 왔다’는 믿음 때문이 아닐까. 많은 비용이 들어감에도 그들을 교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실제 교화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이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진구 사회부 차장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