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심포니 최초 한국인 단원 플루티스트 최나경 씨
빈 심포니 수석 플루티스트 최나경 씨는 “빨아야 할 옷을 건조기에 넣거나 길을 못찾는 등 어설픈 면이 많다. 제대로 잘하는 건 음악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소니뮤직 제공
“빈은 음악가에겐 최고의 도시예요. 클래식 음악은 관심을 넘어 일상이고요, 특별한 광고 없이도 매일 저녁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리는 연주회는 입석까지 다 차요. 미국만 해도 ‘이번 콘서트 티켓 사면 다음 연주회는 반값’ 같은 마케팅을 많이 하는 것과 다르죠. 길을 걷다가도 사이먼 래틀(지휘자)과 이매뉴얼 엑스(피아니스트) 등 저명한 음악가들을 숱하게 만나요.”
112년 전통을 지닌 빈 심포니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0여 년을 이끌었고, 이후 볼프강 자발리슈,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를 맡았다. 현재 이탈리아 태생의 파비오 루이지가 상임지휘자이며, 내년부터 스위스의 젊은 지휘자 필리프 요르단(38)이 지휘봉을 건네받는다.
“어느 날 돌아보니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이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더군요. 좋아서 열심히 음악을 하지만, 내 음악이 이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러던 중에 빈 심포니 오디션을 보면서 온통 음악으로 가득한 빈을 경험하니 천국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가 빈으로 가기로 결정한 뒤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빈 심포니의 수확은 신시내티의 손실이다.’ 신시내티 측에서 1년간 유럽 생활을 경험해보고 힘들면 다시 돌아오라고 해서 아직 단원 명단에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그는 최근 클로드 볼링의 재즈 모음곡 등을 수록한 음반(소니뮤직)을 내놓았다.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에 대한 욕심이 있었지만 ‘(아이에게 당근을 먹이려고) 볶음밥에 당근을 다져 넣는 엄마의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재즈를 좋아하는 이가 음반을 듣다가 폴 쇤필드의 ‘네 개의 추억’도 새롭게 접하면서 클래식 음악으로 다가오는 길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대중의 감성에 눈과 귀를 닫으면 골방의 연주자가 되고 만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음반 수록곡과 더불어 그의 인생 이야기를 20일 오후 7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손범수 진양혜의 토크&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다. 2만∼5만 원.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