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신경전 가열… 자제모드 접고 날선 공방되레 관심 높아져… “송대관-태진아처럼 윈윈”
공개적인 장소에서 투박한 말투로 다투듯 경쟁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은 가수 ‘송대관-태진아’나 특허 전쟁을 통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을 함께 끌어올린 ‘삼성-애플’의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신동엽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 전략적으로 봤을 때 시장에서 성격이 유사한 두 기업이 차별적 우위를 내세우면서 경쟁을 하고, 그 결과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 두 기업의 외연은 계속 확대되는 반면 나머지 기업의 자리는 계속 줄어들게 된다”며 “삼성과 애플도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두 당사자는 겉으로는 싸우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서로 같은 목적을 향해 이익을 얻는 ‘윈윈’의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9일 정당대표 라디오연설에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다”라며 안 후보의 약점을 정면으로 찔렀다. 정권교체를 위한 ‘동반자적 관계’를 강조하며 안 후보 비판에 조심스러웠던 이전의 민주당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문재인 후보도 8일 “정당 혁신과 새로운 정치는 정당을 통해서만 실현 가능하다”며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의 약점을 부각했다.
안 후보도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이해찬 대표의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해 “(무소속 대통령도)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안 후보 캠프의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YTN에 나와 단일화에 대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며 “잘 이기는 게 중요하다. 4월 총선의 뼈아픈 기억이 무조건 힘을 합친다고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치개혁을 더 강조하는 ‘모호성 전략’을 통해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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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 후보는 유세 일정을 두고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북 구미시 불산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 문 후보가 5일 “조만간 현장을 찾겠다”고 하자 안 후보는 다음 날 “8일 구미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문 후보는 7일 사전 예고 없이 구미 방문을 발표하고는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안 후보 측에서는 ‘김 빼기 작전’이라는 푸념이 나왔다. 안 후보가 지난달 14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같은 달 27일 전남 여수 처가를 방문하는 등 호남 투어에 나서자 문 후보는 27일부터 이틀간 호남을 방문해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안 후보는 추석 연휴 직후인 이달 2일부터 2박 3일간 다시 호남을 찾는 등 ‘일정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이 날선 공격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모두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단일화가 예상되는 두 후보의 경쟁에 관심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다가 수년 동안 선두를 지켜왔던 박근혜 후보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전략으로 인해, 삼성 애플에 밀린 노키아처럼 설 자리가 계속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신동엽 교수는 “과점 시장에서 라이벌 기업이 서로 경쟁적 우위를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다 보면 두 기업 모두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고 결국에 가서는 시장을 통째로 흡수하게 된다”며 “주도권을 위협받은 기존 기업은 ‘기존 시장 지키기’보다는 두 기업에 없는 새로운 것을 발굴해 시장의 판을 바꾸거나 어젠다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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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