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겉핥기식 환자 순시 이제 그만… 형식적 회진 고쳐주세요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그는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의료진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회진문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병은 얼마나 치료됐는지, 몸은 좋아지는 중인지, 아니면 더 나쁘지는 건 아닌지….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매일 오전의 ‘회진’이다.
국내 회진문화는 환자로서는 상당히 아쉽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동아일보의 건강신문고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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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병원에서는 1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 회진이 시작되지 않았다. 참다못한 환자들이 간호사에게 물었더니 “어? 그 교수님 해외 학술대회 때문에 이번 주 안 나오는데요”라는 답변을 받았다. 목을 빼고 기다리는 환자를 배려했다면 미리 공지하는 게 옳지 않은가.
시간도 너무 짧다. 그나마 긴 병원이 3분 정도. 환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는커녕 실망만 키운다. 물론 의사들이 바쁜 것은 안다. 그러나 환자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가 그리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몸은 좀 어떠세요?” “약 많이 먹기 힘드시겠지만 좀 더 힘내세요”라는 격려 한마디로 투병의지가 살아났다는 환자가 많다. 가벼운 안부인사라도 건네면서 1분만이라도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
회진 분위기가 상당히 고압적일 때는 서운하기까지 하다. 평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담당교수가 회진을 할 때는 5, 6명의 수련의가 동행한다. 그들이 우르르 병실로 들어서면 환자는 압도당한다.
대화도 그들만이 알 수 있다. 교수는 “이 환자 상태가 어떻지?”라고 묻고 수련의는 여러 수치를 불러준다. 교수는 환자가 알아듣기 힘든 말로 지시를 한다. 그걸로 끝이다. 5, 6명이 일제히 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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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 과정에서 환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때도 많다. 여러 명이 같이 지내는 병동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가령 B 환자의 증상을 큰소리로 의사가 말한다. 이 환자의 병이 폐렴이라고 생각해보자. 옆의 환자는 감염 우려에 불안감이 커지지 않을까. 폐렴 환자도 주변의 눈총을 의식해 위축된다. 환자에 따라서는 병력을 밝히기 싫어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의사를 좀 더 자주,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고 모든 환자가 바란다. 병원은 수련의를 보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환자는 교수로부터 진료 받는 대가로 ‘선택진료비’를 부담한다. 이 돈은 다 어디에 쓰나. 회진문화를 개선하도록 병원에 촉구한다.
▼ 대한병원협회 답변 ▼
환자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하는 것은 의사의 당연한 의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협회도 안다. 소수의 환자만 본다면 오랜 시간 설명하고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교수 한 명이 하루에 50∼70명의 환자를 본다. 이런 현실에서는 개선이 쉽지 않다. ‘건강보험수가’를 올린다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환자에게 소홀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밝혀둔다. 환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의사들은 매일 회의를 통해 환자 상태를 논의한다. 회진할 때 교수가 환자가 아니라 수련의에게 질문하는 이유는 수련의가 환자를 잘 살피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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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