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길 한중일 협력사무국 사무총장
여기에는 동북아 국제정치의 좀 더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세 나라의 국력과 위상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긴장과 갈등 현상이다. 주요 2개국(G2)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나라, 그간 지배적 지위에 위협을 받는 나라, 신흥강국으로 글로벌 위상을 높여나가는 나라가 얽혀 있다.
개인 관계처럼 국가 관계에서도 상호 지위나 위상에 급격한 변화가 있으면 엄청난 마찰과 파열음이 생긴다. 이런 상호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대외적으로 민족주의적 정서를 분출한다. 오간스키 교수(국제정치학)는 “이런 경우 분쟁이나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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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10개 분야가 경제 관련 회의이다. 통상 재무 금융 물류 정보통신 관세 특허 과학기술 농업 수자원 등이 망라된다. 또 3국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환경 에너지 물류 항공 등 100여 개 분야에서 각종 협력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혈맹이라고 할 수 있는 한미 간은 물론 또 다른 3각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관계에도 이 정도 협력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중일 협력은 상설사무국이 설립돼 짧은 기간 내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더 큰 모멘텀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서울에 설치된 사무국은 세 나라가 예산과 인력 등에서 똑같은 지분으로 참여한 국제기구다. 그동안 3국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 통상장관회의 등 3국 간 주요 협의체에 모두 참여하면서 핵심기구로 자리 잡았다.
최근 필자는 미국 싱크탱크 초청을 받아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 헤리티지재단 등의 관계자들과 동북아 정세에 대해 의견교환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한중일 협력사무국 발족 등 동북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협력과 통합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표했다. 한중일의 독자적 협력 메커니즘 강화에 미국의 우려와 경계의 시선도 느껴졌다. 달리 말하면 한중일 3국 협력이라는 메커니즘이 미국 등의 주목을 받는 중요한 실체로서 인정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이제부터는 세 나라의 협력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가 됐다. 한일, 중-일의 양자 차원에서 발생하는 영토분쟁과 과거사 문제를 3자 차원에서 협의해 역사적 화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핵심인 프랑스와 독일도 200여 년간 네 차례의 큰 전쟁을 치른 원수지간이었지만 1962년 7월 드골-아데나워 회동을 통해 역사적 화해를 이루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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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길 한중일 협력사무국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