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디그족 전통잇는 와탄 텐무 씨
취재진은 런아이 향 지역을 방문하기 전 우서 사건을 담은 사진에서 봤던 것처럼 시디그족 전통의상을 입고 활이나 칼을 찬 ‘무지개 전사’를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는 현대 복장을 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좌절하고 있을 때쯤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시디그족 전통의상을 입고 활에 칼까지 차고 다니는 남자. 와탄 텐무 씨(46·사진)였다. 그는 자신의 키만 한 활을 차고 시디그족의 전통문신인 원(文面)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 문신은 적의 목을 벤 사람만 새길 수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개봉해 흥행한 웨이더성 감독의 영화 ‘시디그 발레’ 촬영 당시에는 시디그족 역사에 대한 고문 역할도 톡톡히 했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만 4시간이 넘는 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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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서에 찾아오는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부족에 관해 설명하고 사건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해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만 전역에 흩어진 3만여 시디그 부족 중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5명도 채 되지 않는다.
그는 “나의 삶을 온전히 시디그족과 조상들을 위해 쏟아 붓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저처럼 시디그족의 문화를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사람이 있어야 일본에 항전하면서 죽어간 수천 명의 희생도 헛되지 않겠죠. 기억되게 하는 일, 무지개 전사들을 위해서라도 평생 하고 살 겁니다.”
난터우=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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