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민주통합당이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후보자를 추천했다며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했다. “여야가 특검 추천 과정을 놓고 대립한 마당에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이 추천한 두 후보자가 진보 좌파 성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이고, 이광범 변호사는 판사 시절에 진보 성향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이었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후보 재추천 요구에 대해 “특검법 위반이자 대통령의 직무유기”라고 비난하면서 거부했다.
국회가 의결하고 이 대통령이 공포한 내곡동 사저 특검법은 많은 논란을 불렀다. 내곡동 사저 의혹을 고발한 당사자인 민주당이 특검 후보 2명을 전부 추천한 것은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과거의 특검법이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에게 특검 추천권을 준 것은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의석수에 관계없이 야당에 특검 2명의 추천권을 몰아줌으로써 민주적 대표성에도 문제가 생겼다.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급급했던 새누리당은 “야당이 믿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면 받겠다”며 기형적인 특검법에 덜렁 합의해줬다.
청와대는 “공정한 수사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특검법의 위헌성(違憲性)을 지적하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여야가 합의한 데다 수사 대상에 이 대통령 가족이 포함돼 거부할 명분이 약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진보 좌파 성향의 특검 후보만 추천됐다고 해서 청와대가 재추천을 요구하는 것은 구차해 보인다.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법을 대통령이 수용하고 공포한 이상 따르는 게 옳다. 오히려 야당이 추천한 특검이 수사를 해서 이렇다 할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의혹을 확실하게 씻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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