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에서 여물기 좋게 육종한 자포니카 계열의 벼, 아열대 벼 인디카와 자포니카가 섞인 통일벼(밀양 23호), 우리가 흔히 먹는 자포니카(화성벼)다(왼쪽부터). 자포니카는 쌀알이 짧고 둥글지만 인디카 계열이 섞인 통일벼는 길쭉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제공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이런 상황은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벼농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런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찰기 있고 맛있는 쌀을 얻는 방법은 없을까.
○ ‘길쭉하고 차진 쌀’로 대응
더워지는 날씨에 대응해 우리 쌀인 ‘자포니카’ 품종의 쌀알 모양을 현재 짧고 둥근 모양에서 길쭉한 모양으로 바꾸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온이 오르면 벼 이삭이 패어서 여물 때까지의 기간인 등숙기(登熟期)가 짧아진다. 1도 높아질 때마다 벼의 생육기간이 7, 8일 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광합성을 통해 만든 전분이 쌀알로 전달되지 않아 이삭이 충분히 여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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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잦은 폭우 대비…아열대 벼에 답 있다
벼가 물에 잠기면 산소 공급이 차단돼 이삭 수가 줄거나 쭉정이가 생긴다. 하루 강수량이 80mm 이상, 호우발생 일수도 지금보다 60% 이상 늘어나는 2050년을 생각한다면 침수에 강한 품종이 필요하다.
농진청과 군산대, 충북대 공동연구진은 인디카 계열의 ‘부도’ 벼에서 물에 잠겨도 견디는 유전자 ‘Sub1A’와 마디 생장을 촉진하는 유전자 ‘Snorkel1, Snorkel2’ 등을 찾았다. 손성한 농진청 유전체과 연구사는 “이 유전자를 우리 벼에 도입하면 기후변화에 대비한 품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병충해·가뭄도 극복해야
야생 벼가 가진 환경·재해저항성 유전자는 육종에 좋은 재료다. 올해 7월 국립종자원에서 품종 보호가 결정된 ‘안미’ 품종은 야생 벼에 있는 벼멸구 저항성 유전자 ‘Bph18’의 분자표지를 이용해 육종한 것으로, 기존 ‘주남’ 품종이 가지는 줄무늬잎마름병, 도열병, 흰잎마름병 저항성에 벼멸구 저항성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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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