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이 전 대표와 통진당은 대선 출마 이전에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반성하는 게 먼저다. 지난 4·11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던 통진당은 결국 심상정, 노회찬, 강동원 의원이 탈당했고 의원 4명이 초유의 셀프 제명을 단행하면서 둘로 갈라섰다. 종북(從北)과 부정선거, 그리고 폭력 불감증이 원인이었다. 총선·대선용 기획정당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감춰진 독선과 아집, 패권주의, 권력욕을 통째로 들켜버린 가짜 진보정치세력의 비참한 정치적 몰락이다.
진보정당은 이미 2008년에도 분열을 경험했었다. 2004년 전국의 모든 시도에서 10% 이상의 정당투표 지지, 원내 10석 확보로 진보정치의 신화를 만들었던 민주노동당은 2007년 대선의 처참한 패배로 진보신당과 분열되었다. 당시에도 당권파의 패권주의와 종북주의가 갈등의 원인이었다.
통진당은 또 비례대표 후보 경선 과정에서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온라인에서의 중복 대리투표가 전체 투표자의 절반이 넘고, 8개 인터넷주소(IP)에서는 100회 이상 투표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전 대표의 참모 4명이 구속되고 10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검찰이 ‘심증은 가나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소하지는 못했지만 경선 부정과 폭력사태를 주도한 것은 이 전 대표가 속한 구당권파였다.
이들의 더 큰 문제는 잘못을 해도 잘못이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명백한 부정선거의 물증이 다수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유죄라는 증거가 없는 한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웠다. 전형적인 기득권의 행태를 보였다. 조직의 내부 논리에 갇혀 국민들의 눈높이와 괴리된 것이다. 패권주의와 도덕적 우월주의에 함몰된 것이다. 통진당의 총체적 부실과 정치적 몰락은 진보정치세력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진보정치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
그동안 우리 진보정당은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는 10만여 명의 진성당원을 자랑하며 노동자 중심의 유럽식 대중정당을 지향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당원 확보에 실패하고 의원 중심의 미국식 원내정당화를 모색할 때, 진보정당은 대중정당화를 공고히 다졌다. 그러나 통진당의 진성당원들은 대거 이탈했다. 민주노총조차도 지지를 철회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