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부서 말단까지… 내부감사로 드러난 비리백태
○ 견인업체는 도로공사의 봉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실은 한국도로공사의 내부감사 문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공사 직원 A 씨 등 두 명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견인 차량 운영업체에 사고 정보를 알려주고 수차례에 걸쳐 유흥주점에서 한 번에 100만 원이 넘는 향응과 성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고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대리급 직원으로 야간 상황실 근무 때 견인업체 직원에게 통닭이나 족발을 사오라고 시키기도 했다. 또 견인업체로부터 사고차량을 넘겨받는 차량 정비소에 부인의 고장 난 자동차를 맡기고 수리비를 내지 않는 등 ‘슈퍼 갑’으로 군림했다.
영업 대리로 일하는 B 씨는 견인업체와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공사 직원이라는 점을 내세워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서 접대를 받다가 적발됐다. 그는 견인업체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등 부당한 편의도 제공받았다.
공사 관계자는 “이 실무자들은 내부에 경조사나 승진 등의 ‘이벤트’가 생기면 유착된 견인업체를 불러 ‘나 때문에 돈 많이 벌지 않았느냐’며 적극적으로 향응을 요구한 점이 밝혀져 해임했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에서 운영하는 견인차량과 달리 일반 견인업체들은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공사에 접수되는 사고 정보를 경쟁업체보다 먼저 빼내기 위해 목을 매는 현실을 공사 직원들이 악용한 것이다. 공사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춘천고속도로에서 견인 조치가 필요한 사고 건수가 월평균 14건이었는데 이번에 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된 업체가 한 달 평균 10건이 넘는 견인 실적을 보였다.
이 밖에도 국무총리실의 공직기강 점검을 앞두고 총리실 제보를 받아 최근 공사가 진행한 직원 비위사항 조사에서는 본부장급 인사가 고속도로 공사를 맡고 있는 건설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견책에 그쳤다.
○ 법인카드는 내 맘대로, 출장보고서는 가짜로
법인카드와 출장 관리에도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공사 내부감사 결과 본부장 및 팀장급 직원 3명은 5월 8박 10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선진국의 고속도로 관리 자료를 수집하고, 댈러스에서 4일 동안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하지만 이들은 회의에 이틀만 참석한 뒤 나머지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관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관계자는 “출국 전 미리 관광일정표를 짜 놓고는 관광일정을 제외한 허위 일정표를 만들어 보고한 점이 밝혀져 감봉과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법인카드로 가족과 음식점을 이용하고 친구에게 줄 양주를 구입한 직원들도 적발됐다. 마라톤 동호회 밥값을 법인카드로 지불한 사례도 적발됐다. 공사는 지난해 10월에 기획재정부가 진행한 감사에서도 통상적인 식사시간이 아닌 근무시간에 법인카드로 음식점에서 사용한 금액이 총 2529건 4억2800만 원에 이른다고 지적받았다. 공사 측은 “법인카드를 사용하면 바로 문자로 관련 부서에 통보되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관련 업체와 유착관계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는 등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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