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최초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 상’ 받은 왕수 건축예술학원장 방한
올해 5월 중국인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왕수(王澍·49·사진) 중국미술학원 건축예술학원장의 말은 직설적이었다. 20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2회 김옥길 기념강좌 ‘건축의 지역성을 다시 생각한다’ 참석차 방한한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처음 방문한 서울에 대해 “기본적인 미감(美感)을 잃어버린 상태”라며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중국의 대도시들에 비하면 서울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쪽”이라며 가파른 경제 성장세에 맞춰 쭉쭉 뻗어 올라가는 중국의 대형 건축 붐을 비판했다. “서구는 이미 고층 상업 빌딩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경쟁적으로 고층 빌딩을 짓고 있어요. 이는 미래를 망치는 일이고 남이 버린 걸 줍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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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왕 원장은 “서구가 동양의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구 문화에 주눅 들어 있던 동아시아가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 건축 문화의 핵심은 자연을 존중하는 윤리적인 건축입니다. 사람보다 자연을 우위에 두어야 합니다. 요즘 말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가치와도 부합하는 전통이지요. 서울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파괴하는 건축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사람의 심리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건축가 왕수의 대표작인 중국 저장 성 닝보 역사박물관. 전통 가옥의 폐자재와 대나무 등을 활용해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그가 프리츠커 상을 수상했을 때 “개인 실력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나라를 보고 준 것”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왕 원장은 “나는 중국 건축계에서도 비주류다. 중국 건축가협회도 내가 프리츠커 상을 받았을 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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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